예언자들의 혜안이 빛났다. 쿠바의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11월25일 세상을 떠나자, SNS에는 생전에 그가 했다고 알려진 발언이 퍼졌다. “미국이 망할 때까지 나는 죽지 않는다(I will not die until America is destroyed).” 카스트로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약 2주일 뒤에 숨을 거뒀다. 전 세계 누리꾼들은 죽음으로써 예언을 완성한 카스트로에게 애도를 표하는 한편, 트럼프의 능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 실패한 카스트로 암살을 트럼프가 해냈다.”

ⓒ라이브플렉스

지구 반대편에서는 오랫동안 광인 취급을 받던 현자가 재평가를 받았다. 허경영(사진) 민주공화당 총재는 4년 전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내다봤다. 허 총재는 2012년 12월17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정국이 5년을 가지 못한다는 거죠. 5년을 가지 못하고 무언가 문제가 온다 이거죠. (중략) 대통령은 공약한 걸 하나도 못하니까 국민들이 들고일어나고 촛불시위 일어나고 이러니깐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하고 빨리 물러나려고 하고. 그걸 개헌 정국으로 해서 덮으려고 하고. 이런 형국이 전개될 수가 있습니다.” 역시 그는 ‘눈을 바라보면 건강해지고, 허경영을 부르면 시험에 합격한다(허경영 1집 음반 중 ‘Call Me’)’는 신통력의 소유자였다.

허 총재는 지난 1월 좀 더 정교한 이론에 근거한 예언을 내놓았다. 1월30일 ‘허경영 1011회’ 강연에서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원숭이날에 태어났어. 올해 딸내미가 원숭이해를 맞이한 거야. 그게 자기 딸이 대통령이 되어서 물러나는 해야”라고 점쳤다.

계시대로였다. 원숭이해를 넘기지 못하고 탄핵 위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에 자신의 미래를 신탁했다. 11월29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곧이어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야당은 탄핵 일정을 두고 우왕좌왕했다. 박 대통령이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한” 덕분이다.

설마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주는’ 그분이 ‘한국이 망할 때까지 나는 그만두지 않는다’라고 관저 집무실에서 기원하는 건 아닐까. 그분에게 필요한 건, 200만명이 외치는 구호가 아닌 주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구호 대신 주문을 외워보자.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허경영을 불러봐, 넌 이제 그만혜.”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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