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토라는 기자가 아직 한국에 있는 건가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소문을 기사화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신문〉 지국장이 8개월 만에 출국금지에서 해제되기 일주일가량 전, 청와대 고위 인사가 출국금지 해제를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자 박 대통령이 이같이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무부의 8회에 걸친 출국금지 조치 연장으로 줄곧 귀국하지 못했던 가토 전 지국장은 검찰 수사를 받은 지 8개월 만인 지난해 4월14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가토 전 지국장은 11월16일 일본 도쿄 유락초에 있는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4월 중순 귀국한 뒤 한국 정부를 취재하는 한국 기자가 찾아왔다. 그 기자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료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본 쪽이 이 사건(가토 전 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매우 중대한 인식을 갖고 있으니, 그를 돌려보내 외교상 좋은 메시지로 활용하자고 진언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가토라고 하는 기자가 아직 한국에 있는 건가’라고 말했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시사IN 이명익

가토 전 지국장은 “정말 쇼킹한 뉴스여서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을 시도했다. 유감이지만 나의 귀에도 전혀 다른 곳에서 그게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정보가 들어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가 주목하고 우려하는 이 언론 자유에 관한 중대한 문제를 박 대통령 자신이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정보가 정확하고 적절하게 전달되지 않는 게 박근혜 정권의 본질인가 싶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무언가 행동이나 발언을 할 때는, 주체적으로 뭔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 시나리오를 써주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사건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가토 전 지국장은 “산케이 칼럼 문제에서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의 언론 자유에 관한 인식을 의심받으면서도 끝내 마지막까지 당사자로서 주체적 발언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과 이번 박근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최순실 게이트)의 배경이 같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논란에 대해서도 재판에서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정윤회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함께 있지 않았다고 재판에서 증명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3월30일 제5회 공판에서 재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씨가 만났는지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법정 자리에서 돌연 중단하고 소문의 내용은 허위라고 단정했다. 내 변호인 측도 많은 질문과 증거를 준비해서 법정에서 진상에 다가갔지만, 결과적으로 재판장의 직권 판단에 의해 이 작업은 강제로 중단되었다. 상당히 위화감이 남는 판단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재판이 진행되던 중에 사실관계에 대해서 먼저 허위라 판단했고, 출국금지 해제는 그 뒤에 이뤄졌다.

가토 전 지국장은 검찰 취조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가토 전 지국장은 “검찰에서는 취조 중에 ‘가토 용의자는 최태민씨나 정윤회씨, 그리고 박 대통령을 둘러싼 다양한 인맥에 대해서 어떠한 근거, 어떠한 취재를 근거로 해서 쓴 것인가. 그러한 자료가 있는 것이라면 제출하라’고 압박당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인간관계를 쓴 것은 어째서인가. 그리고 취재원은 누구인가. 한국의 좌파계 인터넷 미디어와 가토 용의자는 공모하여, 악의를 가지고 박근혜씨의 인간관계를 폭로하고, 묘사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그러한 형태의 추궁을 했다”라며 “그때 나는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박근혜 정권의 최대 터부라고 인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또 검찰의 두 번째 조사 뒤 자신을 취조한 검사의 상사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자신을 만나자고 해 “이번 취조는 기소를 전제로 한 게 아님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그만큼 한국 검찰도 흔들리고 있었다고 인식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2014년 여름에 처음 그 이름을 알았지만, 지금과 같이 권력을 이용해 국정에 개입한 사람이라는 것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최근 〈산케이 신문〉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여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조를 받았을 때, 기자에게 검사가 집요하게 물어본 것의 하나가 최태민·최순실 부녀에 관한 것이었다”라고도 주장한 바 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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