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주인 누가 되어도 북핵 ‘선제타격’ 배제 안 해.” 얼마 전 한 보수 일간지 기사의 제목이다. 지난 9월16일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라는 마이크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의 발언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대북 선제타격론이 급부상했다.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은 적이 재래식 또는 핵무기를 이용해 공격을 가하려는 의도를 사전에 탐지하고, 이를 미리 타격함으로써 그 위협을 제거하는 군사행동을 지칭한다. 여기에는 적의 핵과 미사일 공격 자산만을 골라 외과적으로 정밀 타격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한·미 연합전력이 육해공군 및 사이버 자산을 총동원해 핵·미사일 기지뿐만 아니라 적의 지휘통제 시스템과 지도부까지 괴멸시키는 방법이 있다. 1994년 미국이 영변을 대상으로 계획했던 정밀 타격이 전자에 속한다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후자에 속한다.

그러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의 현실적 유용성은 어느 정도인가? 극히 제한적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한·미 연합전력에 의한 대북 선제타격은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의 전략 자산은 대부분 은닉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치명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스커드·노동·무수단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잠수함에 탑재되어 있다. 이들의 위치를 사전에 탐지해 단시간에 타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핵무기만 해도 그렇다. 1994년에는 영변만 타격하면 됐지만, 지금은 핵 시설과 물질, 그리고 핵탄두가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다분히 비현실적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3월1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선제타격은 단시간 내에 적의 지도자를 물리적으로 제거하고 지휘체계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전쟁 의지를 약화시켜 항복을 받아내는 정치적 임무 또한 포함하고 있다. 우리 군이 계획하고 있는 킬 체인(Kill Chain)과 참수작전이 그 일부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목적 달성 역시 쉬운 작업이 아니다. 북한은 1961년부터 전 국토의 요새화를 추진해왔다. 평양은 4중 방공망과 100m 깊숙이 파놓은 지하철을 포함해 다양한 지하 방공시설을 갖추고 있다.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지휘부의 동선 파악이 힘들 뿐 아니라, 파악한다 하더라도 지하 깊숙이 은닉해 있으면 벙커 버스터 같은 전술 핵무기로도 깨기 힘들다. 게다가 북한의 호위사령부 병력은 우리의 참수작전에 커다란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알카에다, IS, 또는 카다피의 리비아가 아니다. 우리의 선제타격에 보복 반격으로 맞설 것이 자명하다. 확전은 불가피해진다. 전방에 배치된 장사정포, 그리고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등으로 수도권 지역에 집중포화를 가하게 될 것이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이 같은 확전 단계에서 남북 공히 100만~150만명이 즉각적으로 희생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는 인류에 대한 범죄와 다를 바 없다.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만일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선제타격을 한다면 그에 따르는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에 동의해 연합작전을 편다면 한국의 지도자 역시 그에 대한 도덕적·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선제타격은 국제법 위반이자 인류에 대한 범죄가 될 수 있다.

선제타격론은 대북정책 실패를 방증하는 것

한국과 미국의 군사 지도자들도 선제타격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그 가능성을 공론화하는 것은 북한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엄포이자 억제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미국과 한국에게는 선제공격이 하나의 군사적 옵션이지만, 북한은 이를 하나의 상수로 간주하고 군사계획과 행동을 보여온 바 있다. 북한의 행태를 바꾸기 위한 카드로 선제타격은 그리 유용한 대안이 아니라고 본다. 선제타격의 기정사실화는 북한을 더욱 자극할 뿐이다.

선제타격론은 한국과 미국의 기존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방증해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도 작동하지 않고 패트리엇과 사드에 의한 미사일 방어 체제, 그리고 킬 체인과 한국형 대량보복 응징 체계로도 우리의 안보를 담보해주지 못한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엄격히 평가할 때 선제공격은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는 카드로 허세를 부리지 말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기자명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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