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미셸(#Michelle2020).’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선 결과에 실망한 이들이 SNS에 달고 있는 해시태그다. 2020년 대선에서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52)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의미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셸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일한 승자”라고 썼다. 시카고의 흑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미셸은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이다. 시카고의 한 로펌에서 일하다 여름 인턴사원으로 들어온 버락 오바마를 만났고 1992년 결혼했다. 2008년 남편이 대선에 뛰어들었을 때, 재직 중이던 대학병원 부원장직을 그만두고 선거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그녀는 남편 버락 오바마가 막 대선 출사표를 냈을 때만 해도 ‘애국심이 부족하고 냉소적이며 어딘가 화나 있는 듯한 엘리트 흑인 여성’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서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풀어내며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꾸어냈다.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시카고 노동자 가정에서 자라 오바마와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인생 이야기로 유권자 마음을 움직였다. ‘종결자’로 통했다.

ⓒAP Photo
그런 미셸이 폭발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분기점은 지난 7월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이었다. 그녀는 파란 원피스를 입고 “저는 매일 아침마다 노예들이 지은 집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영리한 흑인 젊은 여성인 제 두 딸이 백악관 잔디밭에서 개들과 함께 뛰어노는 것을 지켜봅니다”라는 말로 미국의 가치인 다양성을 표현했다. 이 연설은 몇몇 평론가들로부터 ‘미국 정치 역사상 최고의 연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연설에서 쓴 “그들이 저급해도, 우리는 품격 있게(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표현은 민주당의 대선 슬로건이 되다시피 했다.

대선 과정에서 미셸은 트럼프의 11년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과 일련의 과거 성추행 논란에 대해 “뼛속까지 충격(shaken me to my core)을 줬다. 이것은 단순한 외설적 대화도 아니고 (트럼프가 주장하는) 탈의실의 농담거리도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미셸은 오바마 대통령보다 10%포인트나 높은 64%의 지지율을 보이며 지난 대선의 최고 스타가 되었다. 남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떠올랐다. 대선 결과는 클린턴의 패배로 끝났다.

미국 대선 결과로 수치와 공포에 떨어야 하는 이들은 여성과 유색인종, 이민자, 성 소수자, 장애인 등 약자들이다. 이미 백인 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이 트럼프 당선 축하 퍼레이드를 열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은 패배 후 연설에서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을 깨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 일을 할 것이고, 어쩌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빨리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미셸 오바마는 대통령에 나설 뜻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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