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델핀 드 비강 지음, 홍은주 옮김, 비체 펴냄어떤 영화들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로 엄숙하게 선언한다.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마치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이 앞으로 이 영화가 제공할 어떤 연출·대사·연기보다도 중요한 요소처럼 느껴진다.〈실화를 바탕으로〉는 실화와 픽션의 경계에서 그 두 가지를 구분하거나 뒤섞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고민한다. 동시에 재미있는 스릴러 소설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소설·영화·드라마가 뉴스를 이기기 힘든 세상에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특히 수상한 사람이 주인공 델핀의 일상에 밀착해 그의 마음을 교묘히 조종하는 부분은 각별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처럼 와 닿았다.

경제 무식자, 불온한 경제학을 만나다김성구 지음, 나름북스 펴냄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대학 교양과정 등으로 경제학을 접한 사람은 많다. 일상 사례를 통해 경제학의 심오한 진리를 재미있게 가르쳐준다는 번역서들도 여러 권 나왔다.본서의 제목에 언급되는 ‘불온한 경제학’은, 대학 강의나 번역서에 등장하는 그 경제학이 아니다. 대다수 독자들이 낯설고 살벌하게 느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다.저자인 김성구 교수(한신대 국제경제학)는 대단히 특이한 방식을 동원했다. ‘경제엔 일자무식인 경제 무식자’들을 동원해 일상적 질문을 퍼붓도록 하고 그에 답한 것이다. 대학의 그 경제학과 비교해서 읽으면 세상에 대한 더욱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나쁜 상사 처방전가타다 다마미 지음, 장윤선 옮김, 눌와 펴냄나쁜 상사 한 명 없는 직장이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는 상사, 자신의 방법만 고집하는 상사, 특권의식에 가득 찬 상사, 책임을 회피하는 상사, 상대의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상사, 폭언이나 폭력을 휘두르는 상사. 이 책은 그 모든 나쁜 상사를 과감하게 ‘우리 사회의 병’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회사는 지금이라도 관두고 몸을 먼저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라고 털어놓는다. 지금 그만두면 다음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결국 유일한 ‘처방전’은 나쁜 상사를 잘 다루는 것이다. 유형별 나쁜 상사 대처법 예시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사찰 불화 명작 강의강소연 지음, 불광출판사 펴냄예술은 불가능한 가능 혹은 가능한 불가능을 구현해내었을 때 사람들이 바치는 찬사다. 사찰의 대웅전 불상 뒤에 있는 후불벽화 혹은 후불탱화(족자 형식으로 거는 경우)가 그렇다. 이 불화는 ‘정밀함 속의 유려함’을 구현해낸다. 정밀한 것은 유려하기 힘들고 그 반대도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것을 해낸다.저자는 전남 무위사 극락보전의 ‘아미타삼존도’를 최고의 불화로 꼽는다. 고려 불화는 미세함 속에 정적인 아름다움이 있고 조선 불화는 웅장함 속에 동적인 미가 있는데, ‘아미타삼존도’가 이 두 가지 미덕을 함께 구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불화 명작 열 작품을 설명한다. 불화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불교에 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되찾은:시간박성민 지음, 책읽는고양이 펴냄서울 금호동 언덕에 2015년 1월 소박한 서점 하나가 문을 열었다. ‘프루스트의 서재’. 중고 책과 독립 출판물이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한 책방이라기보다 이미 잊히거나 잊힐 생각을 기록하고 그 가치를 다루는 곳이다. 책방지기 박성민씨는 ‘프루스트의 서재’를 ‘나다운 삶을 실현하는 공간이자 시간’이라고 말한다.이곳에서 책을 구입하려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마을의 고개를 넘고 상점의 모퉁이를 돌고 돌아서 찾아야 한다. 박씨는 긴 걸음 내딛는 이들의 마음을 짐작하며 따뜻한 차를 끓이고 실내 온도를 높인다. 무심코 지나가는 이들이란 없다. ‘다행히’ 월세를 내고 또 한 달을 보낼 수 있다고 안도하는 이야기가 귀엽고도 애틋하다.

물고기, 뛰어오르다기태완 지음, 푸른지식 펴냄‘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이 정말 조선 시대 선조 임금으로부터 유래한 것일까. ‘등용문’이라는 고사성어에 등장하는 물고기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르렀지만 한때 국가가 나서서 어획 계획을 세웠던 ‘웅어’라는 물고기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오징어가 까마귀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생소한가. 게다가 납작하고 못생긴 생선 가자미에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면?귀가 솔깃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제격이다. 2500년간 한국·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살아온 조기·명태·은어·전복·게·준치·홍어·문어 같은 어패류 22종의 유래와 역사를 밝힌다.  물고기 및 자연을 노래한 한시와 그림을 더해 흥미를 돋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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