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4일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 사과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과 비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나? 아니면 거리를 두고 있나?”

백악관은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어려운 국내 정치 상황에 놓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 논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미 동맹은 지금까지처럼 굳건할 것이다. 강한 동맹의 증거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인격이 나라를 이끈다고 해도 유지된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즈 갈무리최순실 게이트를 묘사한 〈뉴욕 타임스〉의 만평.

이 장면은 상징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미국 기자들이 백악관 대변인에게 물어볼 정도로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주변국도 동요했다. 11월4일,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밀문서를 둘러싼 문제로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표명했는데, 이것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혀 없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합의를 책임지고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국제 통신사(AP·AFP)는 물론이고 미국 언론(〈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포천〉 NPR(미국 공영 라디오) 등), 중국 언론(신화통신·CCTV 등), 일본 언론(〈마이니치 신문〉 〈아사히 신문〉 NHK 등)에서도 한국 대통령의 위기를 연일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10월25일 이전까지는 외신 보도가 매우 적었다. 10월24일 〈뉴욕 타임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보도하며 야당의 반대 사유로 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한다. 기사를 쓴 최상훈 〈뉴욕 타임스〉 서울 특파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그전부터 국내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외신에서 보도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개헌 제안을 기회로 최순실 사건을 언급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그림자 대통령” “예언자” “샤먼”

10월25일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시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나오면서 외신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정치적 스캔들(〈버즈피드〉)” “초현실적 스캔들(AP)”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듯한 스캔들(〈워싱턴 포스트〉)”이라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외신이 최순실씨를 묘사할 때는 “그림자 대통령” “예언자” “샤먼” “한국의 라스푸틴(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몰락에 기여한 수도사)”이라는 수식어가 동원됐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뉴욕 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한 구세웅 〈코리아 엑스포제〉 편집장은 “외신 기사를 보면 안타까운 게, 꼭 서커스를 보는 느낌으로 기사를 쓰는 사람도 있다. 라스푸틴, 사이비 종교 리더 같은 키워드를 불필요하게 중요하게 다루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진지한 분석도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와 탄핵을 둘러싼 경우의 수를 인포그래픽으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한국의 독특한 대통령 스캔들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기사를 통해 최태민씨로부터 이어온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짚으며 권력형 부패 의혹이 불거진 배경을 자세히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이 모든 난리법석은 대통령이 사람들로부터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건드렸다”라고 지적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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