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1월8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삼성 컨트롤타워가 있는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해외훈련 비용을 지원한 사실과 관련해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장충기 사장은 삼성의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박상진 사장은 대한승마협회 회장, 황성수 전무는 승마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기업 가운데 삼성이 검찰 수사의 집중 타깃이 되었다. 2015년 2월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는 승마협회 회장 임기를 2년여 남기고 사임했다. 삼성은 2014년 12월 승마협회 부회장사, 2015년 3월 회장사로 복귀했다. 2014년 말은 삼성과 한화 간 ‘빅딜’이 이뤄진 시기다. 삼성은 한화와 빅딜 과정에서 승마협회 문제가 논의됐다고 최근 직간접으로 언론에 밝히고 있다. 다만 삼성은 승마협회 회장사를 (한화에 방산 계열사를 팔기 위해) “떠맡았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화는 이른바 ‘승마계 살생부’ 논란 등 협회 내 잡음으로 이전부터 발을 빼고 싶어 했다고 말한다.
 

ⓒ시사IN 신선영11월8일 검찰은 ‘정유라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승마계 내부에서는 정반대 증언도 나온다. 삼성이 최순실씨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최씨에게 줄을 댔다는 것이다. 박원오 전 전무는 비리로 실형을 살고 나와 현재 승마협회에 아무런 직함이 없다. 박 전 전무는 정씨의 전지훈련 계획을 삼성에 제안하고, 삼성이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는 데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승마에서 손을 뗀 삼성이 갑자기 나타났다”

한 승마계 관계자는 “삼성이 한 전직 승마협회 임원에게 자리를 제안했다. 제안을 받은 인사가 박원오 전 전무를 배제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 뒤 삼성으로부터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삼성이 박원오 전 전무와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승마협회 전 관계자도 “2010년 승마에서 손을 뗀 삼성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깜짝 놀랐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라 박상진 사장이 들어온 것부터가 의아했다. (그룹 차원에서) 득이 될 게 있으니 들어온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 출신인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 정유라씨를 위해 승마 감독을 파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동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삼성이 내놓은 해명은 번번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유럽의 승마 전문 매체 〈유로드레사지〉의 2월15일 보도가 9월23일 뒤늦게 공개되면서 삼성이 정유라씨의 명마 ‘비타나V’와 승마장을 사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말을 구입했고, 정 선수 측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말을 쓸 수 있게 한 것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삼성은 지난 8월 이 말을 팔았다고 밝혔으나,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상 비타나V의 소유주는 여전히 이전 주인인 스페인 기수로 되어 있다. 이 말을 타고 훈련한 국내 승마선수는 정유라씨뿐이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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