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아침이면 게으른 자아가 달콤하게 속삭인다. “이불밖근위험혜.” 내가 이러려고 독일 왔나 자괴감이 들지만 이내 몸을 일으킨다. 아침 식사로 간단히 곰탕 한 그릇을 비우고 공항 갈 채비를 한다. 프라다 장화를 신고 애마 스리스타(ThreeStar·三星)에 올라탔다. 말고삐를 잡으니 타국의 칼바람에 손등이 에인다. “하…야…순시려.”

마음이 답답할 땐 어디에서든 둥근 원을 찾아 응시해보라고, 외할아버지가 일러주셨다. 이왕이면 오방색 원이 좋다. 그리고 외워야 한다. 나무자비조화불. 이 주문만 외우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가슴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해진다. 얼마나 효험이 강한지 이 주문을 외우던 JTBC 기자들은 방송 사고가 날 정도로 정신을 잃었고 그걸 보던 시청자들도 혼비백산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당장 외워보라. 안 웃긴가? 안 웃으면 혼이 비정상이다.

공항 가는 길 말 위에 앉아 태블릿 PC로 오랜만에 일베 사이트에 접속했다. 엄마 친구들이 자주 모여서 친정 같은 곳이다. narelo, iccho, 십알단 삼촌들 모두 보고 싶다. 종 삼촌, 희정 이모도 잘 지내고 계세요? 그때, 나 금메달 못 따서 힘들어할 때 삼촌이랑 이모들이 진심으로 같이 안타까워하고 많이 도와줬던 거 나 기억하고 있어요.

ⓒ현대종교
엇, 엄마가 새 글을 올렸네. 클릭해보니 행사 홍보 글이다. 외할아버지가 원자경이라는 이름으로 도를 닦던 1973년에 〈대전일보〉에 냈다는 신도 모집문과 언뜻 비슷한데, 세부 사항은 많이 현대화되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고(崔高) 영세계에서 알리는 말씀, 귀체 보톡스하심을 앙축하나이다. 영세계 주인이신 조물주께서 보내신 칙사 ㄹ혜님이 이 고장에 오시어 37년간 이루지 못하며 바라고 바라던 ‘쿠데타의 혁명화’와 ‘매선침의 문화융성’ ‘법조계의 우병이어’ 이 모두를 조물주께서 주신 조화로서 즉각 실천시킨다 하오니 모두 참석하시와 칙사님의 조화를 직접 보시라 합니다. 


·칙사님의 임시 숙소:대한민국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1 푸른기와집
·일시:4월16일 오전 10시~오후 5시(7시간)
·대포폰 번호:010-002(영원이)-0005%
·이메일:greatpark1819@soonsil.go.kr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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