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또다시 개에 비유했다.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눈치만 보다 이젠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대통령 주변을 파헤치고 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 주장이 아니다. 집권 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푸념이다.

순실의 나라는 검찰의 나라였다. 최순실 앞에 ‘눈먼’ 검찰이었다.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일주일이 지나서야 배당했다. 청와대 수석까지 연루된 권력형 비리 사건인데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맡겼다. 청와대에 버티고 있는 ‘우병우 검찰총장’ 눈치만 본 것이다. 이제와 뒷북 수사가 요란하다. 정치 검찰의 행태다.


검찰의 나라는 TK 검찰 공화국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 김수남 검찰총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구원투수로 등판한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까지 TK 검사 일색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TK 검찰 공화국은 상당 부분 와해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 복원되었다. MB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맡은 김경한은 TK 검찰의 좌장이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 우병우 금융조세조사부장 등 ‘김경한 키즈’가 요직을 차지했다.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대검 차원에서 청와대 청부 수사를 도맡았다. 그때도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총선 공천 대가로 뒷돈을 챙겼는데, 이 수사를 특수부가 아닌 금조부(금융조세조사부)에 맡겼다. ‘위’를 잘 헤아리는 우병우 수석이 당시 금조부장이었다. 우 부장은 막내 검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김옥희씨가 MB와 청와대까지 함께 들어간 40년 지기 가정부와 운전기사와 통화한 기록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청와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김옥희씨 개인 비리로 끝났다.

최순실 게이트는 ‘TK 검찰 게이트’다. 롯데그룹 압수수색 전날 최순실이 관여한 K스포츠재단은 롯데에 70억원을 되돌려줬다. 우병우 수석을 통해 수사 정보가 흘러나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순실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의 나라를 뜯어고쳐야 한다. TK 검찰 공화국을 혁파해야 한다. 최순실이 감방에 가도, 우병우가 쇠고랑을 차도, 박근혜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도 검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TK 검찰 공화국은 지속될 것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경찰 수사권 독립, 나아가 검찰총장 직선제까지 검토해볼 만하다. 검찰 개혁안은 매번 검찰권이 약해진다는 물타기에 밀려 실기했다. 그 참담한 결과를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

검찰을 흔히 ‘견찰(犬察)’이라고 한다. 더 이상 개를 검찰에 비유하지 말자. 애견인인 나도 강아지로부터 위로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검찰한테 위로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울화통만 터졌다. 견찰이라는 말은 견공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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