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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정유라에 올인했나

삼성과 최순실씨 일가의 관계가 수상쩍다. 삼성은 최순실씨 모녀 소유 회사의 독일 계좌에 35억원을 쪼개서 송금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제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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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지난해 9~10월 최순실씨 모녀 소유 회사의 독일 계좌에 35억원을 ‘쪼개기 송금’한 단서를 검찰이 포착했다. 당시 이 회사 이름은 코레(Core)스포츠였다. 이후 비덱(WIDEC)스포츠로 이름을 바꿨다.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에 80억원 후원을 요청할 때 주관사로 언급된 바로 그 회사다. 이 회사는 최순실씨가 재단 돈을 빼돌리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은 이 회사와 △명마 구입 및 관리 △말 이동을 위한 특수차량 대여 △현지 대회 참가 지원 등을 위한 10개월짜리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이 송금한 35억원 중 10억원 이상이 명마 ‘비타나V’ 구입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말을 타고 훈련한 선수는 정유라씨가 유일하다.

이 ‘35억원’에 대해 삼성 측은 “갑자기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떠맡게 되면서 말 관리와 선수 육성 등의 컨설팅 비용을 승마협회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다”라고 언론에 해명했다. 현재 대한승마협회 회장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대한승마협회는 협회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대한승마협회 김종찬 전무는 “협회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사회나 총회를 통해 지원한 사실이 없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아마 최순실씨와 삼성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지원이) 이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 정유라씨(위) 프로필에 소속이 ‘한국 삼성팀’이라고 기재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앞서 정유라씨 종목인 마장마술에 삼성이 최대 186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대한승마협회 계획이 존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시사IN>이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2015년 10월 작성)을 보면, 대한승마협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유망주를 3개 종목(장애물·마장마술·종합마술)에서 4명씩 선발해 2016년 1월1일부터 2020년 7월20일까지 독일에 전지훈련을 보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22쪽짜리인 이 로드맵의 ‘메인 후원사 선정(안)’ 부분에는 “마장마술:대한승마협회의 회장사인 삼성에 후원을 요청”이라고 되어 있다.

이 같은 계획은 삼성에게도 제안되었지만 무산됐다. 대한승마협회 전 관계자는 “선수 선발 절차를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부 반발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유라 선수를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협회 내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대한승마협회 김종찬 전무는 “내부 반발은 협회를 음해하는 세력이 하는 이야기다. 삼성이 난색을 표해 로드맵을 진행할 비용이 없어서 무산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35억원을 송금하면서, 대한승마협회 로드맵에 포함된 내용과 유사한 독일 전지훈련을 협회 공식 절차를 통하지 않고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는 현재 승마협회에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다. 그런데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게 승마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삼성의 35억원 지원은 박원오 전 전무를 통해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회 내 갈등이 심하고 쇄신도 어려워 삼성이 협회를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6명을 지원하려 했는데 이미 독일에서 훈련하는 정유라 선수를 먼저 지원했고, 나머지 선수는 못 뽑은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11월4일 박원오 전 전무를 소환조사했다.

박원오 전 전무는 최순실씨 측근으로 통했다. 최순실씨를 20여 년간 알고 지낸 한 인사는 <시사IN>과 만나 “박원오 전 전무가 유연(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이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전부터 도왔다”라고 말했다.

박원오 전 전무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당시 이른바 ‘승마협회 살생부’를 작성해 문체부에 건넨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정유라씨가 준우승하자 상주경찰서가 심판 판정에 대해 내사를 벌였고, 5월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는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나보라’고 했다. 감사를 맡은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은 박 전 전무의 살생부에 의존하지 않고 협회 내부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서에 담았다. 그것이 인사 보복의 발단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두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지목했다. 정윤회·최순실 측근 박원오가 실세라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그런 그도 올해 초 최순실씨와 결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승마계 관계자는 “유연이를 고려대에 보내지 못해 능력이 없다고 최순실씨한테 팽당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영수증 처리 과정에서 일부 개인 착복이 있어서 최순실씨가 잘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라고 말했다.

삼성 돈 10억원으로 정유라 명마 구입 의혹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은 비선 실세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넣어야 해석된다. 최순실씨 회사가 아니었다면, 직원이 정유라씨 승마 코치 한 명뿐이고 설립된 지 2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아 별다른 컨설팅 경력도 없는 회사에 삼성 같은 대기업이 선뜻 거액을 지원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원래 독일 내 승마협회장을 지낸 분이 코레스포츠 대표로 있었기 때문에 컨설팅 업무도 맡기게 된 것”이라고 언론에 해명했지만, <시사IN> 확인 결과 해당 독일인은 8월25일에서 9월4일까지 불과 열흘 동안만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2010년 승마 선수단을 사실상 해체해 현재 소속 선수가 없는 삼성이 2014년 12월 부회장사에 이어 2015년 3월 회장사를 다시 맡게 된 배경에도 의문이 쏠린다.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는 대한승마협회 회장 임기를 2년여 남기고 2014년 12월 사임했는데, 이때부터 삼성이 정유라씨를 지원한다는 소문이 승마계에는 파다했다고 한다.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프로젝트와 관련해 “(삼성이 직접 지원하기 어려우니) 유연이네가 재단을 만든다는 소문이 쫙 돌았다”라고 한 승마계 인사가 전했다. 2014년 정유라씨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맞물려 모종의 큰 그림이 기획됐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그간 삼성이 정유라씨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다. <유로드레사지> 등 여러 유럽 매체가 삼성이 후원하는 정유라에게 ‘비타나V’가 팔렸다는 취지로 보도한 게 뒤늦게 국내에 알려지면서다. 삼성은 처음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말을 구입했고, 정 선수 측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말을 쓸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었다.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의 정유라씨 프로필에 소속 클럽·팀명이 ‘한국 삼성팀’이라고 기재돼 논란이 일었을 때도 “승마단이 없으니 소속 선수도 있을 수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삼성이 정유라씨 종목인 마장마술에 186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존재했고, 실제로 최순실씨 모녀 회사에 거액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삼성과 승마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씨 쪽에 직접 돈을 건넨 기업은 삼성 한 곳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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