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습니다. 아침 일찍 김 검사실의 수사관이 전화로 “내일까지 검찰청에 나오라”고 통보를 했습니다. 2014년 7월 제355호 ‘구겨진 친일·보수의 민낯’ 표지가 국기를 모독하고 비방한 혐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고발자가 누구인지 물었는데, 수사관이 뜸을 들였습니다. “진정 사건입니다.”


김 검사도 알듯이 국기모독죄는 미국에서도 논란이었습니다. 1984년 댈러스 시 공화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그레고리 존슨은 국기(성조기)를 불태웠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존슨의 그런 행위조차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다수 의견을 쓴 윌리엄 브레넌 대법관의 원문을 이번에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자유(freedom)’ ‘포용(inclusiveness)’ ‘관용(toleration)’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대법원)의 결정은 성조기 그 자체가 담고 있는 자유와 포용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존스의 행위에 대한 관용이야말로 저력의 원천이며 상징이다.”

미국 이야기라고요? 지금은 반정부 언론의 최선봉에 선 ‘1등 신문’이 지난해 4월20일자 1면에 ‘태극기 불태운 시위대’라며 사진과 함께 기사를 실었습니다. 검경이 수사에 나서 김 아무개씨를 국기모독죄(형법 제105조)로 기소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했다는 혐의였습니다. 유죄가 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입니다. 법원은 지난 2월 김씨의 행위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변호인들은 이 조항 자체가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모욕’은 업신여기고 욕되게 하는 행위입니다. 2년 전 〈시사IN〉 표지가 누구를 욕되게 했다는 것인지, 〈시사IN〉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알 겁니다. 그 표지와 기사는 친일파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아는 검사에게 물었더니 “〈시사IN〉이 검찰에 찍힌 건 맞잖아. 그렇긴 해도 무슨 진정 사건까지 소환조사를 하느냐”라고 말하더군요. 〈시사IN〉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는 “검찰 자체로 판단해 각하 처분할 사건이다”라며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습니다. 동료 언론인들은 “왜 하필 최순실 용안을 찍어서 보복을 당하느냐”라는 말도 합니다. 나는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겠습니다. 조사를 원하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받아 오세요.

김 검사 덕분에 〈시사IN〉을 후원하고 싶다는 이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당신의 후원이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후원 계좌 버튼을 홈페이지 기사 말미에 만들었는데 만들자마자 후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점은 고맙게 여깁니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