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는 유럽중앙은행(ECB) 본사가 있는 유럽 금융의 허브이자 유명 관광지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때문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도 없다. 거기다 90개 회사가 모여 있는 화학산업단지도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95%는 인근 라인 마인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다(해외에서 수입한 것은 아니다). 프랑크푸르트가 공급받는 에너지는 대부분 화석연료다. 천연가스가 57%, 석탄 화력이 23%이고 신·재생 에너지는 9%에 불과하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프랑크푸르트는 100% 신·재생 에너지의 청사진을 그렸다.
프랑크푸르트의 기후 보호를 위한 마스터플랜은 먼저 현 상황을 자세히 분석했다. 프랑크푸르트가 소비하는 에너지를 크게 난방(냉방)·전기·교통으로 나눴다. 이 중 난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전기 30%, 교통 20%였다. 영역마다 신·재생 에너지 전환 가능성을 살폈다. 이때 에너지를 소비하는 주체에 따라 가정, 중소기업·소상공인·숙박·음식·서비스업, 산업 부문으로 쪼개서 분석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기존 화석연료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기 영역을 보면, 가정에서 쓸 전기를 자가생산하는 경우는 현재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은 스마트 컨트롤(가전제품을 자동 절전 모드로 바꿔주는 인공지능), 태양광 패널, 지열 발전, 축전을 위한 리튬이온 배터리 보급을 통해 이를 70%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중소기업·소상공인·숙박·음식·서비스업은 전체 전기 소비의 38%를 조명에 쓴다. 전등 위치 교정, 고효율 조명과 자동 병렬 조명장치 보급만으로도 에너지 소비의 75%를 줄일 수 있다. 화학산업단지의 경우 인근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대부분의 전력을 공급받는다. 이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온 폐기물 열병합발전소로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고서는 모든 제안에 대해 벤치마킹할 만한 전 세계의 유사 사례를 조사했다.
“장애물은 없애고, 가능성은 키우고, 반복한다”
마스터플랜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교통 분야다. 2050년에는 거의 모든 차량이 전기 자동차 또는 세그웨이 같은 1인용 전동기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작은 공공 분야이지만, 민간기업도 빠르게 전기 자동차의 시대로 옮아갈 것이라고 봤다. 또한 현재 독일 시민들의 생활에 자리 잡은 SNS 커뮤니티를 통한 ‘카풀(행선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차량 공유)’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에너지 절감 요소로 작용했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전기 자동차의 증가로 늘어나는 전기 소비를 감안하더라도 교통 부분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마스터플랜에 나온 대로 정말 100% 신·재생 에너지 도시는 실현 가능할까? 독일 연방환경부 환경정책국장 프란츠요제프 샤프하우젠 박사의 말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샤프하우젠 박사는 지난 3월21일 한국을 방문해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야심찬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장애물을 철저히 분석한다. 장애물은 없애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정책들을 개발한다. 이를 적용하고 투명하게 모니터링한다.” 그의 설명에 나온 야심찬 목표가 바로 마스터플랜인 셈이다. 그는 성공 비법을 덧붙였다. “성공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프랑크푸르트가 실천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100% 신·재생 에너지 계획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헤센 주 최대 전력회사 마이노바의 율리아 브래흘러 지속가능에너지 담당자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활동을 시작했다. 시 정책국, 교통국, 기업, 종교단체, NGO, 시민단체 등 100개 넘는 기관이 지속적으로 의견을 모은 문서가 400쪽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100% 신·재생 에너지를 두고 시 전체가 참여하는 ‘대화’가 진행 중이다.
30~40년 내에 100% 신·재생 에너지 도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근거는 기술 혁신과 생산 비용 하락의 속도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태양광 발전기로 1㎾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65% 하락했다. 또한 P2G(Power to Gas: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가스로 변환해 저장하는 기술) 등 새로운 전기 저장 기술도 효율은 증가하는데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
물론 100% 신·재생 에너지를 도시가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분야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시 기획’이 동반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도시의 ‘디테일’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노바 지속가능에너지 담당자 율리아 브래흘러는 ‘도시 기획’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도시의 많은 참여자들, 시민 개개인과 시 당국은 어떻게 ‘100% 친환경 도시’ 프랑크푸르트를 완성시킬지 궁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나의 집을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리모델링할 수 있을까?’ ‘내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을까?’ 따위다. 현재 도시 전체가 시민들과 함께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 있고, 모든 시민들은 다음에 자신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외에도 대도시들이 경쟁적으로 100% 신·재생 에너지에 도전장을 던졌다.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뮌헨은 2014년 9월26일 2025년까지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발전 수단은 지열이다. 독일 서남쪽 도시 울름은 2020년까지 전력 100% 신·재생 에너지 공급, 2030년까지 100% 신·재생 에너지 달성을 목표로 한다. 같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2035년까지 100% 신·재생 에너지 달성을 내걸고 울름과 경쟁 중이다. 도시를 넘어서 국가 단위의 100% 신·재생 에너지까지 논의되고 있다. 현재 독일 연방정부는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의 80%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독일 녹색당은 이 목표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30년 3월까지 전력 소비량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204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당 게오르크 본지페 환경정책 연구원은 “11월부터 발효되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억제하려면 현재 연방정부의 목표로는 훨씬 부족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더 빨리 완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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