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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황당 공약 알려는 드릴게

미국 대선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경제 관련 공약을 비교했다. 하나씩 뜯어보면 트럼프의 공약 중에는 현실 가능성이 없고 상호 모순되는 것들이 많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2016년 11월 07일 월요일 제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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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경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를 자신과 대등한 경쟁자가 아니라 ‘괴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이토록 치열하게 대립하지만 두 후보의 공약은 의외로 비슷한게 많다. 그 공약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민주·공화 양당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온 (글로벌)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는 정책들이다. 소속 정당 및 후보 자신의 평소 소신과 어긋나는 공약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해당 공약들이 대중의 열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표심 자극 정책이다.

ⓒAP Photo
7월25일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일부 당원들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구화와 자유무역협정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클린턴까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에 반대한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자유무역은 모든 국가와 계층에 이익”이라는 명제는, 1990년대 이후 미국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경제 이데올로기였다. 그 선두에 클린턴 부부가 있었다. 심지어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TPP를 ‘골든 스탠더드(Golden Standard)’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클린턴이 지난 8월 미시간 주 유세에서 “일자리를 없애고 임금을 깎는 무역협정을 중단시키겠다. 그것이 TPP라 해도!”라고 말했다. 물론 클린턴이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다는 것은 마르크스가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것과 비슷한 일이기 때문에, 그녀의 공약을 말 그대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트럼프 역시 “클린턴이 당선되면 TPP를 약간 수정해서 수용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나는 지금 TPP에 반대할 뿐 아니라 대선 이후에도 반대할 것이다. 대통령으로서도 반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TPP뿐 아니라 ‘지구화’ 자체에 적대감을 드러내왔다. 지난 6월 유세 연설에서는 “미국 정치인들은 공격적인 지구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리의 일자리와 부(富), 공장들을 멕시코와 해외로 유출시켰다”라고 말했다. 이를 몽땅 되돌리겠다며 TPP뿐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미국·캐나다·멕시코가 회원국인 경제 블록)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태세다. 더욱이 ‘불공정 경쟁’으로부터 미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멕시코와 중국에 각각 35%와 45%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과 멕시코는 미국의 수출품을 많이 구매하는 국가 순위에서 1~3위를 오르내린다. 여차하면 보복관세 조치로 미국의 수출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무역전쟁에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지출 확대와 인프라 투자


두 후보 모두 정부지출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양대 정책 수단(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가운데 재정정책을 강조하는 일은 일종의 금기였다. ‘정부지출은 정부 수입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균형재정이 준칙으로 자리 잡으면서, 재정 확대가 ‘철없는 낭비’로 간주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도로·다리·무선 인터넷망·신에너지 등 인프라 시설에 대한 대규모 정부지출을 약속했다. 경제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리가 사상 유례없이 낮기에,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돈을 빌려도 부담이 크지 않다.

ⓒEPA
2015년 7월 뉴욕 주 식당 종업원의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인상되었다.
클린턴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100일 안에 2750억 달러(약 312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2500억 달러는 각종 인프라 건설에 바로 투입하고, 나머지 250억 달러로는 국립 인프라 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다. 국립 인프라 은행의 자본금인 250억 달러는 통화 창출 과정을 통해 그 10배 정도의 투자 효과를 낼 것이다.

트럼프는 한 술 더 뜬다. 인프라 부문에 5000억 달러(약 624조원) 규모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1조 달러 재건 프로그램’이다. 연임하면 인프라 관련 총지출이 1조 달러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석유 등 에너지 산업을 규제 완화로 성장시킨 뒤 이에 따라 늘어난 세수를 인프라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두 후보 모두 미국 복지제도의 핵심인 사회보장(은퇴자 연금·장애인 수당·보육 수단 등)과 메디케어(저소득층 건강보험)의 혜택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연방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1%에 이르렀으며 앞으로 20년 동안 계속 증가하리라 보이는데도 말이다. 특히 공화당은 연금 수령 연령을 높여서 혜택을 줄이자고 주장해왔으니, 트럼프는 당론을 정면으로 치받은 것이다.

ⓒEPA
8월26일 미국 텍사스 주에서 국경수비대가 멕시코-미국 국경지대의 밀입국자를 검거하고 있다.
최저임금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시간당 7.25달러로 고정되어 있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최저임금 7.25달러도 너무 높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떠올랐던 지난 5월 “공화당 대다수와 달리 나는 최저임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발언해 당 지도부를 경악하게 했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지난 7월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시간당 10달러의 최저임금을 공약했다.

클린턴은 버니 샌더스와 각축했던 민주당 예비 후보 시절에는 시간당 12달러의 최저임금을 주장했다. 그러나 여러 달에 걸친 샌더스와의 토론을 거쳐 현재 수준의 두 배 이상인 15달러를 받아들였다. 지난 5월에는 “우리는 연방 최저임금을 미국 역사상 가장 높았던 수준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클린턴과 트럼프가 치열하게 정책 싸움을 벌이는 영역은 ‘일자리 창출’ ‘세제 개혁’ ‘이민 정책’ 등이다.

일자리 창출

클린턴은 오밀조밀한 일자리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정부지출 확대 공약 자체가 일자리 창출의 일환이다. 또한 학생 및 기존 직장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1990년대 이후 미국 민주당은 일자리 문제를, 취업 기회 자체의 결여가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적합한 인력의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했다. 그렇다면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많이 키워내는 것이 해결 방안일 터이다. 클린턴이 연소득 8만5000달러 이하 계층 출신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립 칼리지의 등록금을 면제해주려는 이유다. 직장인들에게도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주려 한다. 사내에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돌리거나 ‘유급 교육휴가’를 시행하는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이다. 여성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모든 가구가 소득의 10% 이상을 육아에 들이지 않을 정도로’ 공공보육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또한 실물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국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거나 ‘장기 투자’하는 업체에 세제 혜택을 줄 계획이다(54~57쪽 기사 참조).

트럼프에게는 구체적인 일자리 공약이 없다. 미국 내의 비즈니스 활동이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자동으로 창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파격적인 법인세 감세 및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이유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지구화라고 주장한다. 무역자유화로 수입된 값싼 외국 상품이 토종 제조업과 고용을 위축시키고, 미국 기업들은 값싼 노동을 찾아 해외로 나가버린다는 것. 그나마 미국 내에 존재하는 일자리마저 불법 이민 노동자들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대폭적 관세 인상과 함께 각종 무역협정의 재협상, 외국인 노동자 추방 등을 일자리 공약으로 내걸었다.

세제 개혁

미국의 현행 개인소득세제에서는, 소득 규모에 따라 7구간으로 나눠, 수입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예컨대 연소득 기준으로 가장 낮은 구간인 ‘9275달러 이하’ 가구는 10%(927달러)의 소득세를 내지만, 가장 높은 소득 구간인 ‘41만5050달러 이상’에는 39.6%의 세율이 적용된다. 기업(법인)의 경우에는, 연수익이 5만 달러 이상이면 대체로 35%를 세금으로 낸다. 다만 다양한 소득공제(소득 가운데 일부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와 세액공제(소득공제 이후 산출된 세금액 가운데 일부를 면세) 덕분에 실제로 적용되는 세율(실효세율:실제 납부액/연소득)은 법정세율보다 훨씬 낮다. 미국 의회보고서(CRS)에 따르면, 실효 법인세율은 26~27% 정도다.

클린턴의 개인소득세 관련 공약의 뼈대는 ‘빈곤층 감세, 부자 증세’다. 최저 소득구간인 연소득 ‘9275달러 이하’ 납세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반면 ‘500만 달러 이상의 가구’에 대해서는 소득세율을 현행 39.6%에서 43.6%로 올릴 계획이다. 연간 1000만 달러를 버는 부호라면 개인소득세가 396만 달러에서 436만 달러로 40만 달러나 인상되는 셈이다. 한편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폭을 제한해서 실효세율을 최소 30%로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세는 물론 상속세도 크게 올린다. 다만 법인세에 대해서는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클린턴에게 세제 개혁은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다. 높은 임금을 주거나 기술훈련 프로그램을 굴리는 기업은 감세해준다. 절세 목적으로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인버전(inversion) 기업에 대해서는 징벌적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세제 관련 연구소인 ‘텍스 폴리시 센터’에 따르면, 클린턴이 공약을 약속대로 이행하는 경우, 연방정부 세수가 앞으로 10년 동안 1조1000억 달러 정도 증가한다.

트럼프는 모든 미국인에게 개인소득세 감세를 약속했다. 물론 부유층의 혜택이 가장 크다. 그는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 구간을 7개에서 3개로 단순화했다. 소득 기준으로 최저 구간인 연소득 2만9000달러 이하 가구(1인 가구 기준)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연소득 5만4000달러 가구는 12%(클린턴 공약에서는 25%)만 납부하면 된다. 더욱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소득세율은 33%를 넘지 않는다. 연간 1000만 달러를 버는 가구라면 소득세가 현재 396만 달러에서 330만 달러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부동산세와 상속세(545만 달러 이하)를 폐지하고, 기업 법인세율도 현행 3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캠프에 따르면, 세금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경우, 기업과 개인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소득이 증가하므로 결과적으로 세수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시나리오가 적중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이미 정부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공약한 만큼 국가부채만 폭증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트럼프는 자신이 연임까지 하면 앞으로 8년 동안 국가부채를 19조 달러 줄이겠다고 호언장담해왔다. 경제성장과 함께 국가부채 상환 조건을 재협상하면 빚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빌릴 때 10%의 이자를 주기로 한 대출 계약을 5%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파산했거나 부도를 낸 개인이나 기업이 하는 일이다. ‘미국이 국가부도를 당한다는 이야기냐’라고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상환 조건은 절대적으로 신성한 것(absolutely sacred)’이라며 재협상을 공식 포기했다. 그러나 감세하고 정부지출까지 늘리면서 국가부채도 줄일 수 있는 묘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이민 정책


미국에는 이민자가 4200만명 정도 있는데 그중 1100만명이 불법체류자로 파악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이민자들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해왔다. 이민자들은 저임금·저숙련 업무에 노동을 공급할 뿐 아니라 소득세와 사회보장기금까지 낸다. 본인들은 그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납부하는 사회보장기금만 연간 120억 달러에 달한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은 불법체류자 가운데 400만여 명을 대상으로 ‘3년 동안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추방 유예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항소법원에서 제동이 걸렸고, 연방대법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낸 상고를 기각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불법체류자 1100만여 명을 추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말 샌버너디노 테러 이후에는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했다. 특히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그 비용도 멕시코 정부에 전면 부담시키겠다는 믿기 어려운 약속을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획득하는 ‘출생시민권제도(불법 이민자의 자녀도 마찬가지)’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과격한 공약들의 현실성이 의심받게 되자 지난여름엔 ‘수백만명을 추방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 기존 지지자들에게 ‘약해졌다’고 비난받자 ‘이민자 사상검증 시스템 개발’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멕시코 송금액 압수’ ‘테러리스트 발생 국가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등 살벌한 공약을 새롭게 개발했다.

클린턴은 이민권의 강력한 수호자임을 자처한다. 대법원에서 기각된 오바마의 행정명령을 계승할 뿐 아니라, ‘포괄적인 이민개혁 법안’을 통해 불법체류자들의 합법적인 신분 취득을 돕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연설에서는 트럼프를 비웃었다. “트럼프는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장벽을 미국-멕시코 국경 전체에 쌓겠다고 하네요. 그 비용을 멕시코 정부에게 전가하는 마술까지 부리겠다는 거죠. 이게 환상이란 것, 여러분 모두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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