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황풍년 지음
행성B잎새 펴냄
“밥은 묵었는가?” “어무이 아부지는 잘 기시제?” 전라도식 안부 인사는 ‘나는 당신의 근심 걱정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전라도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거시기’라는 표현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인식의 공유를 보여준다. “거시기가 오늘 거시기 흔단디, 나가 오늘 쪼깨 거시기 흔께, 자네가 먼저 거시기 잘 해주소”라고 말해도 서로 의미가 통한다.

서울에 사는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의 차이 중 하나는 사투리를 얼마나 사용하느냐 여부다. 경상도 사람들이 대부분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 비해 전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사투리를 버리고 표준말을 사용한다. 경상도 사투리가 더 고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겠고, 전라도 사람들이 사투리를 고칠 필요성을 더 느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전라도 사투리는 더 빨리 잊히고 있다.

〈전라도닷컴〉 편집장인 저자는 더 촌스러워 보이고, 그래서 더 빨리 잊혀가는 전라도 사투리를 열심히 채집했다.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에서 ‘질로존상, 팽야오진상, 어찌끄나상, 배꼽뺀상’을 내걸고 사투리 경연대회를 열기도 했다. 전라도 곳곳을 돌며 긁어모은 전라도식 촌스러움을 ‘촌스럽네’라는 제목의 사진전으로 묶어서 보여주기도 했다. 겉보기엔 서울 청담동 와인바 지배인처럼 세련되어 보이지만, 촌스러움에 반해서 촌스러움을 좇아서 남도 땅을 누볐다.

전라도 사투리는 감정 표현에 더 적극적이다. 아름다움을 넘어 볼수록 정이 든다는 뜻의 ‘귄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넘어 정신적인 만족감까지 표현한 ‘오지다’,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말하는 ‘징하다’, ‘불쌍하다’보다 더 연민의 마음을 담은 ‘짠하다’ 등의 표현을 통해 저자는 호들갑스럽지 않고 웅숭깊은 전라도 사투리의 묘미를 깨닫게 해준다. 읽고 있으면 뭉클하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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