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사드 배치, 극단으로 치닫는 언어 전쟁.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한반도는 어디로 갈 것인가? 북한은 핵을 사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 것인가? 이 같은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는 학술서가 발간되었다. 〈전략 공간의 국제정치-핵, 우주, 사이버 군비경쟁과 국가안보〉(서강대학교출판부)를 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전략을 신흥 핵보유국의 전반적 상황과 함께 다뤘다.

ⓒ시사IN 윤무영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펴낸 책에서 북한의 핵전략을 신흥 핵보유국의 전반적인 핵전략과 비교했다.
‘제2차 핵 시대’라고 규정했는데?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만이 핵무기를 보유하던 ‘제1차 핵 시대’와 달리 신흥 핵보유국의 등장과 테러 집단들의 핵 보유 시도로 특징지어지는 시대를 말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한 이듬해인 1999년 미국의 콜린 그레이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억제되었던 핵무기가 사용 가능한 무기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 시기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전략은 무엇인가?신흥국의 핵전략을 보통 촉발, 확증 보복, 비대칭 확전으로 나눈다. 촉발 전략은 제3국의 군사·외교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핵 위협을 사용하는 전략을 말하고, 확증 보복 전략은 적대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핵 보복 위협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반면 비대칭 확전은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겠다는 위협으로 적대 세력의 군사력 사용을 억제하는 전략이다. 북한은 현재 ‘촉발’ 단계를 지나 확증 보복 단계까지 온 것으로 평가된다.핵무기 선제 사용 위협도 불사하는 ‘비대칭 확전’으로 바뀔 가능성은? 북한의 핵전략 변화는 핵탄두 보유 수량의 증가에 비례한다. 20개 미만일 때는 한·미의 선제공격에 대한 보복이 목적이지만, 50개가 되면 일본에 대한 제한적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고, 100개가 될 경우에는 미국까지 공격 목표로 둘 수 있게 된다. 확증 보복을 넘어 선제 사용을 위협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발표된 미국 랜드연구소 보고서는 북한이 2020년까지 핵탄두 50~100개를 보유하게 되리라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핵전략은 확증 보복을 넘어 핵무기 선제 사용도 불사한다는 비대칭 확전으로 전환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 대한 핵 사용은 어떤 경우에 언급되고 있나?

북한의 핵 교리를 담은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법’ 제2조와 제4조는 북한에 대한 침략과 공격에 한정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제5조에서는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해서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 행위에 가담”할 경우에는 비핵 국가라 할지라도 핵무기의 사용 또는 사용 위협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월 유엔안보리가 제재 움직임을 보이자 ‘최고 사령부 중대 성명’을 발표해 청와대와 정부기관, 아태지역 해외 미군기지와 미국 본토에 대해 ‘핵 선제타격’을 취할 수 있다고 협박한 바 있다. 북한은 또한 핵 선제타격의 조건으로 ‘최고 존엄’이 위협당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실제로 한·미 연합군은 북한 최고 지도부를 겨냥한 ‘참수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신흥 핵보유국은 크게 핵 선제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로 나뉘는데 차이가 뭔가?신흥 핵보유국인 인도는 파키스탄에 대해 ‘핵 선제 불사용 협정’을 제의하고 있으나, 재래식 전력이 열세인 파키스탄은 좀 더 포괄적인 ‘상호불가침 협정’을 제안하면서 선제 핵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을 취하고 있어서 이와 관련된 언급이 없다. 핵 보유를 추진하는 북한은 공식적으론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을 표방하지만, 각종 언급을 통해 핵 선제 사용(타격)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북한은 저궤도 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지난 9월20일에는 정지궤도 위성 발사체용 엔진 시험까지 했다. 북한이 우주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북한의 과학기술발전계획과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르면 2016년까지 지구 관측 위성을 쏘아올리고 2022년까지 극소형 위성과 지역위성항법체계(GPS)를 만든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는 군사 목적이 최우선일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3월1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북한의 우주개발 사업이 쉽지 않은 이유는?최대 난제는 기술적 문제다. 지상 3만6000㎞까지 올릴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고해상도 렌즈를 부착한 인공위성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요원하다. 그 밖에도 북한과 같은 위도 40° 부근에서 정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해선 기술 장벽이 존재한다. 또한 적도 상공 3만6000㎞에 위치한 1차원 공간인 정지궤도의 공간적 제약이 있다. 주변 위성 간의 주파수 간섭을 피하기 위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엄격하게 주파수를 관리하는데,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는 북한으로서는 주파수를 할당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유지해오다, 최근 핵 선제 사용 쪽으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핵 선제 불사용 정책은 핵탄두를 많이 보유하지 않아 제2격(보복 공격) 능력만을 가진 국가들이 흔히 취하는 정책이다. 중국은 핵 보유 이래 줄곧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핵탄두 보유량이 증가하고 운반 수단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제1격(선제공격)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의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 2013년판 중국 〈국방백서〉에서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이 삭제되었는데, 논란을 빚자 2015년판 중국 〈국방백서〉에 다시 이 정책이 복원되었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여전히 이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본의 플루토늄 재처리를 허용한 미·일 원자력 협정이 2018년 개정될 예정인데 이후 일본의 동향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일본은 2012년 6월 ‘원자력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조항이 추가된 ‘개정 원자력기본법’을 통과시켰다. 34년 만에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과 핵무장의 법적 제약을 완화한 것이다. 일본은 ‘미·일 원자력 협정’에 의거해 비핵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폐연료봉 재처리가 허용된 나라로 핵무기 6000여 기를 제조할 수 있는 47.8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까지 이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를 잘 활용해 일본의 잠재적 핵 능력을 완화하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동북아 지역의 핵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 핵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은?

중국이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포기하고, 일본이 핵무장을 시작하고,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북아 비핵무기 지대를 수립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재개와 함께 한·일 양국이 비핵무기 지대화 추진에 합의한 뒤, 북한을 합류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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