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한번 문화 융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말씀의 결과는 화려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비디오인 ‘아라리요(Arari·Yo!) 평창(사진)’이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단 4일 만에 조회 수 165만4904회 중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112명, ‘싫어요’를 누른 사람은 무려 3만6128명이다.

ⓒ‘아라리요 평창’ 영상 갈무리

영상 내용은 다소 난해하다. 2016년 9월27일 평창에서 “몸을 주체할 수 없는 바이러스(CSM·Can’t Stop Moving)”가 발생해 모두가 감염되어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적으로 ‘아라리요 평창’ 댄스 붐을 조성하여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고 문화 올림픽을 구현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싫어요’를 누른 누리꾼 3만여 명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누리꾼들은 영상의 끔찍한 ‘가성비’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주제도 없고 재미도 없고 이게 2억7000만원짜리 영상이라니 부끄럽다” “대한민국의 수치다”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한류 붐을 일으킨 유튜브 동영상은 따로 있었다. 주인공은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이다. 10월 초 GTA5라는 유명 신작 게임이 발표되자 게임 유저들이 이를 변형해 갤럭시 노트7을 폭탄으로 묘사하는 동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가벼운 패러디였다. 진짜 코미디는 삼성전자가 대응하면서부터이다. 10월19일 유튜브에 올라온 패러디 동영상 중 하나가 삭제되고 “삼성전자 북미 지부로부터 저작권 신고를 받아 게시가 중단됐다”라는 알림이 표시된 것이다. 미국의 IT 전문지 〈더버지〉는 “삼성은 유튜브 사용자를 쫓아다닐 여력이 있다면 위험한 제품으로 충격받은 고객들을 위해 쓰길 바란다”라고 보도했다.

역시 통 큰 기업은 달랐다. 미국 온라인 미디어에서 동영상 삭제 보도가 퍼지기 시작한 10월21일, 삭제됐던 동영상이 감쪽같이 되살아났다. 다국적 누리꾼들은 “(삼성에 부정적이었지만) 솔직히 이번 건 상당히 재미있었다”라며 칭찬했다.

한편, 애국 보수를 자처하는 이는 문화예술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보수 논객’ 변희재씨가 방송인 김미화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13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김미화씨는 트위터에 “저 이러다 부자 되겠네요^^”라고 남겼다. 한 민간인의 순수한 문화 융성 의지가 피어올린 아름다운 미소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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