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7 사태로 ‘이재용 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갤럭시 노트7이 출시되고 난 후 여러 국내 언론이 이를 ‘이재용 체제의 결실’로 보도했다. 발화 사건이 난 뒤 이 부회장은 진화에 나선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 9월21일 사장단 회의가 열린 날 이 부회장은 갤럭시 노트7을 손에 쥔 채 공개적으로 출근했다. 보통은 취재진을 피해 출근했다. 그래서 의도된 언론 노출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그 뒤 이 부회장은 침묵했다.
 

ⓒ삼성 제공9월27일 이재용 부회장이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에게 삼성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있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라고 말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위기관리 리더십에 ‘가시성의 원칙’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 예로 도요타의 렉서스 리콜 사례를 들었다.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가속페달 결함 등 제품 문제로 사망 사고가 일어나 2년에 걸쳐 자동차 수백만 대를 리콜했다. 당시 처음에는 미국 법인 대표가 전면에 나섰으나 나중에는 오너인 도요타 본사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서는 등 ‘가시성’을 늘려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전한 BBC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2012년 BBC의 유명 진행자였던 지미 새빌이 수많은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문제는 BBC의 보도 책임자가 이 사실을 취재한 자체 탐사 보도를 불방시켰다는 점이었다. 창립한 지 85년 만의 최대 위기였다. 김호 대표는 “BBC는 경쟁 방송사의 전임 사장과 판사 출신 인사를 영입해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발표하도록 결정했다. 대형 위기에서는 BBC처럼 담대한 내부 조처를 취해야 신뢰를 회복하고 외부의 공격도 줄일 수 있다. 한국 기업에서 이 정도 결정을 내릴 사람은 오너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이 부회장은 서울삼성병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직접 수습에 나선 바 있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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