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두 장을 건네받았다. 같은 이름 석 자 뒤에 각각 ‘대표이사’와 ‘관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직함은 달랐지만 두 명함 속 이메일 주소는 같았다. 아이디에 ‘dokdo(독도)’가 들어간 이메일을 썼다. 안재영 관장(54)은 2008년 ‘영토문화관 독도’를 설립해 독도를 알리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영토문화관 독도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에 있다. 독도에 대한 전시를 하며, 관련 기록물들을 배치해두었다. 주된 사업은 아동·청소년 교육이다. 견학 온 학생들에게 독도 교육을 하고, 정기적으로 울릉도·독도 탐방도 간다. 최근에는 파주교육청과 연계해 역사 교사들에게도 강연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영토문화관 직원은 총 3명인데, 사실상 일정 전부를 안재영 관장이 직접 챙긴다. 안재영 관장은 무역회사 대표이기도 하다. 영토문화관 독도는 그가 회사에서 벌어들인 사비로 운영한다.

안 관장과 독도의 인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내 동아리인 ‘독도연구회’ 가입이 시작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학생 안재영은 독도 문제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동아리에서 12일 동안 뗏목을 타고 울릉도와 독도를 탐사하는 ‘대형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다. 영토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운 기회였다. 이때부터 안 관장은 언젠가 독도 관련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2008년, 파주에 영토문화관 독도를 열었다.

사실 ‘독도는 우리 땅’이란 구호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안 관장이 독도 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왜 우리 땅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또한 거의 없어서”다. “한국에서는 (독도가 조선에 속해 있다는) 고문서·고지도에만 천착한다. 반면 일본은 국제법으로 따진다. 10년 전 우리 집이 지금도 우리 집은 아니다. 국민 모두가 법적 근거를 알아야 한다.”

독도 영유권의 국제법적 근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안재영 관장은 자신의 역할을 ‘매개체’라 불렀다. 독도에 대한 학계 최신 연구를 섭렵한 뒤,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방법으로 전파하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근거로 삼던 유일한 문서가 최근 국내 연구에서 논파됐다. 요즘 강연에서는 이 내용을 쉽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안재영 관장은 독도가 동북아 평화의 요충지라고 말했다. “북한도 ‘독도는 조선 땅’이라고 주장한다. 독도는 역사 문제다.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북한과의 관계도 독도를 계기로 개선될 수 있다.” 10월25일 ‘독도의 날’ 전후로 안 관장은 강연 일정이 빼곡하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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