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부추겼다. 박 대통령은 10월1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들에게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도록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10월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도 “(북한 주민들은)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길 바란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트위터

대한민국 국민들이 누리는 ‘자유’와 ‘행복’을 고용노동부가 그렸다. 10월13일 고용노동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왜 내 통장은 늘 텅장인 걸까…? 내 월급을 사라지게 한 범인을 찾아랏!’이라는 멘트와 4컷 만화(사진)를 올렸다. 이 만화는 월급 도둑으로 ‘커피, 택시, 세일, 덕질’을 지목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커피는 꼭 마신닷” “이때가 아니면 싸게 못 살 것 같은 느낌!”이란 대사를 추가했다. 요컨대 ‘주머니 사정 신경 쓰지 않고 돈을 펑펑 써대니 돈이 없다’는 소리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이 만화를 삭제하고, 다음 날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노예관리부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계몽적인 만화에 세금이 탕진되는 동안 실업률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이 해법을 제시했다. 10월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 의원은 “(실업 대책으로) 전 세계 오지에 우리 청년 약 10만명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과거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에 가라”던 박 대통령에 이어, 새 목적지도 추천했다. “아프리카는 나이지리아와 콩고, 동남아시아는 캄보디아”다. 정 의원에 따르면 한국 돈 “100만원이 1000만원 이상 가치가 있는” 멋진 신세계다. 탈북민은 받고 한국인은 내보내는 게 정부·여당의 노동정책 청사진이다.

100만원이 100만원 가치만 갖는 한국에서도, 대통령 말씀처럼 “꿈을 자유롭게 실현”할 방법은 있다. 행복은 마음에 달린 법,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창안한 ‘하면 된다’ 정신이 건재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모토는 세대가 바뀌면서 진화 중이다. ‘의지가 있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에서, 최근엔 ‘마음속에 메트로놈 하나 놓고 달그닥 훅 하면 된다(최순실씨 딸 정 아무개씨의 리포트 내용)’까지 업데이트됐다. 스포츠 전문업체인 N사는 광고 모델로 최순실씨 따님을 고려해봄직하다. “달그닥 훅, Just Do It.”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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