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방선거. 재선에 도전하던 어느 광역단체장 캠프. 그 캠프의 선대위원장은 후보가 첫 임기 동안 거둔 성과를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렇다면 재선 캠페인도 성과를 내세우면서 치를 생각인지 물었다. 그는 갑자기 정색을 했다. “선거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 유권자들은 늘 살기가 힘들고 피곤하다.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낀다. 내가 잘했으니 또 뽑아주세요, 하면 화를 낸다. 현직 단체장이라도 무조건 ‘변화’를 외쳐야 한다.”

현상 유지를 바란다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변화’ 이미지를 선점한 후보는 선거를 반쯤 이기고 들어가는 거나 다름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권 교체를 넘어 경제 교체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세대 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혁신 성장’을 내걸며 성장 모델 교체를 내걸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다들 ‘변화의 아이콘’이 되려는 시도다.

ⓒ시사IN 양한모

하지만 대선 주자가 외치는 ‘변화’에도 두 종류가 있다. 유권자가 변화의 아이콘을 선호하니 작전상 외치는 얌체 변화와,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를 잡아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어 외치는 진지한 변화. 후자는 진정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이를테면 나는 2012년 대선에서 후자에 도달한 후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두 ‘변화’는 한눈에 봐서는 구분해내기 어렵다. 대선 주자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집요하게 물어야만 겨우 차이가 드러난다. 결국 언론이 해야 할 몫이다. 누가 변화의 이미지만 취하려 하는지, 누가 변화의 방향과 이행 전략을 깊이 있게 갖추었는지, 공론장이 분명히 인식할 수 있을 때까지 캐물어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변화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부인할 수 없다.

대선은 전 국가의 역량과 관심을 총동원해 미래를 디자인하는, 5년에 한 번 돌아오는 기회다. 2017년 대선에서는 누가 얌체 변화이고 누가 진지한 변화인지 걸러내는 데에도 집중하자고 다짐해본다. 언론이 그 소임을 다해야 얌체 전략이 힘을 잃고, 그래야 선거 공간에서 논쟁의 질이 올라간다. 선거의 품질은 때로 선거 결과보다 중요하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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