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통계〉
대럴 허프 지음
박영훈 옮김
더불어책 펴냄
2015년 한국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3281만원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대체 어느 나라 평균이냐?” 하지만 여기서 평균은 ‘산술평균’일 뿐, ‘중앙값(중위소득)’이나 ‘최빈값’과는 다르다. 대놓고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알고 보면 거짓말 뺨치는 존재가 바로 ‘통계’다.

쉽다. 재밌다. 심지어 얇고 가볍다. 그런데 정작 주변에서 ‘들어는 봤지만 읽어본 적은 없다’는 반응이 많은 책. 내게는 그런 책이 두 권 있다. 하나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그리고 바로 이 책. 〈새빨간 거짓말, 통계〉다.

호들갑을 조금 섞자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전국 중학교에 이 책을 무료로 공급해야 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중학생이 읽어도 금세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다. 여기에 정부와 미디어, 여론조사 기관의 정보 왜곡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시민’의 소양을 전하는 기초 교육서이기에, 당연히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책의 제목은 벤저민 디스레일이 쓴 〈마크 트웨인 자서전〉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책을 쓴 대럴 허프는 통계와 여론조사, 그래프가 만들어낸 각종 속임수를 마치 ‘비법 전수’하듯이 풀어낸다. 타짜가 비기(秘技)를 공개하듯, 미디어와 정부, 여론조사기관의 트릭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수학 울렁증을 가진 사람도 깔깔대며 읽다 결국 분노하기에 이른다. “내가 이렇게 속고 살았어?”

190쪽에 불과한 책이지만, 가능하면 ‘서서 읽는’ 대신 ‘사서 읽기’를 권한다. 서점에 진열된 얇은 책은 셋으로 나뉜다. 대충 훑을 책, 안 읽을 책, 그리고 서서 읽다가 소장가치를 느껴 결국 결제하는 책. 단언컨대 이 책은, 세 번째 경우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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