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발견정석 지음, 메디치 펴냄오늘날 도시 사람들은 내 집, 내 방, 내 공간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공유 공간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하다. 이런 ‘개인 공간 과다 집착증’과 ‘공유 공간 불감증’을 고치지 않는다면 우리 마을과 도시가 앓고 있는 질병도 고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서울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도시는 공통적으로 ‘실핏줄’이 사라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 작은 집과 가게들이 사라지고 크고 비싼 것만 남는다. 극소수가 돈을 벌고 다수가 삶의 소소한 행복들을 잃는다. 권력과 자본이 영리하게 팔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든 살기 좋은 도시를 지켜내야 한다. 저자는 국내외의 다양한 실험 사례를 통해 그 해법을 궁리했다.

피고가 된 사람들토머스 게이건 지음, 채하준 옮김, 안티고네 펴냄부제가 더 눈에 띄었다. ‘왜 국가와 기업은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가?’ 노동 전문 변호사로 일한 저자의 답변은 간명하다. 노조의 붕괴다. 1958년 미국 전체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평균 34%, 북부와 중서부 등 일부 지역은 60%를 넘었다. 2000년 이후 노조 가입률은 7~8% 정도다. 노조가 사라지면서 노동운동이 붕괴되었다. 제로섬 게임인 노사관계에서 힘의 한 축이 무너지자, 노동법뿐만 아니라 사회를 지탱해오던 법들도 사라지거나 수정되었다. 그렇게 미국은 ‘소송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투표율 하락, 감옥의 증가도 노조의 붕괴와 무관치 않다고 저자는 결론짓는다. 책을 읽다 보면 자꾸 한국이 떠오른다.

악마 기자 정의 사제함세웅·주진우 지음, 시사인북 펴냄2015년 가을, 나이 차를 뛰어넘어 긴 시간 ‘사귀어온’ 함세웅 신부와 주진우 기자가 뭉쳤다. 무기력하게 세월만 한탄할 게 아니라 뭐라도 해보자고 작정했다. 두 사람은 전국을 누비며 역사·정치·민주·통일·신념을 주제로 다섯 차례 대중 강연을 열었다. 이름하여 ‘현대사 콘서트’. 주로 주 기자가 묻고, 함 신부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1974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부터 함께해온 함세웅 신부는 한국 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출범하게 된 사연, 부마 민주항쟁을 불러일으킨 YH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 등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통해 ‘이명박근혜’ 시대의 문제를 짚어본다.

엄마됨을 후회함오나 도나스 지음, 송소민 옮김, 반니 펴냄얼마 전 출산한 친구는 육아에 대해 누군가 미리 알려줬다면 출산을 좀 더 숙고했을 거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새 생명에 대한 경이와 기쁨을 이야기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노고에 대해서는 공론장에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엄마 됨’을 성스러움이나 자연스러움으로 포장할 게 아니라, 그 실체에 대해 좀 더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사회학자인 저자가 25~75세 여성 23명을 대상으로 6년간 조사한 결과물이다. 책의 바탕이 된 논문이 발표됐을 때 유럽 사회는 거센 논쟁에 휘말렸다. 저자는 엄마들의 후회를  통해 출산정책이나 엄마가 될 의무를 짐 지우는 사회의 태도를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라이프사이언스 지음, 노경아 옮김, 이다미디어 펴냄여행을 가면 대부분 그 고장의 유명한 건축물이나 미술관을 찾아간다. 그런 건축물과 미술관의 그림은 사실 종교 관련 시설이거나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지역 사람들이 믿는 종교를 이해하면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 조지아(옛 그루지야)에 갔을 때 인상적인 것은 그들의 교회였다. 서유럽의 성당이나 교회와 달리 장식적이지 않고 소박했다. 성직자와 신자가 단상과 단하로 분리되지 않고 함께 서서 기도하고 묵상했다. 성상 숭배보다는 자기 수양을 중요시하기 때문인데 조지아정교가 동방정교의 일파여서다. 불교의 선종과 비슷했다. 종교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종교 간 혹은 계파 간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코빈 동지로자 프린스 지음, 홍지수 옮김, 책담 펴냄우파가 기존 질서를 지킨다면, 좌파는 소외 계층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흔히 묘사된다. 지금은 이런 구분 자체가 희미해지고 말았다. 제도권 좌파의 글로벌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노동당과 미국 민주당이 1990년대 이후 오른쪽으로 한껏 치달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파가 대규모 재정긴축과 핵전력 고도화를 추진하면, 좌파는 상당한 긴축과 핵전력 세련화를 요구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대중들이 좌우 제도권 정당에 공히 환멸을 느끼는 이유다. 이 책은 정치 혐오를 정치 열광으로 바꿔놓은 영국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의 일대기다. 그의 도전이 영국을 통해 세계를 바꿔놓을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성찰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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