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는 정부청사 4곳(서울·대전 ·세종·과천) 중 규모가 가장 크다. 2012년 국무총리실 이전을 시작으로, 현재 19개 정부기관(2실, 10부, 3처, 2청, 2위원회)이 입주해 있다. 소속 공무원과 관련 직원이 2만명 넘는다. 이들을 지키는 경비원들은 ‘특수경비원’이라고 불린다. 일반경비원과 달리 전문 교육을 받으며, 유사시에는 총기도 지급받는다.

세종청사 특수경비원 노조(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 세종청사 특경분회) 측은 9월26일부터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세종청사관리소가 세금으로 ‘노조 파괴꾼’을 고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세종청사에 배치된 특수경비원은 총 479명이다. 세종청사는 용역업체 C사를 통해 이들을 간접고용하고 있다. 특수경비원들의 직책은 실장·부장·반장·대원 등으로 나뉘는데, 이들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시·총괄하는 곳은 ‘세종청사 특수경비원 사업본부’다. 본부장을 비롯한 사업본부 직원 3명이 인력 배치부터 징계 여부까지 특수경비원 479명 전원을 감독한다. 사업본부 직원들은 서류상 ‘특수경비원’으로 고용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용역업체 본사에서 파견된 용역 관리사원에 가깝다. 이 사업본부가 세종청사 특수경비원 농성 사태의 ‘뇌관’이다. 특수경비원 노동조합 측은 사업본부가 조직적으로 노조를 와해하려 한다고 본다.

ⓒ시사IN 신선영9월26일부터 세종청사 특수경비원 노조 측은 세종시 국무총리비서실, 국무조정실 정문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문제의 사업본부장 구 아무개씨는 이전에도 수차례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파괴를 했던 경력이 있다. 진선미 의원은 “구 본부장은 2012년 창원 롯데백화점 시설근로자 노조 파괴에 관여했다. 그런 노조 파괴 경력 때문에 2015년 1월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2011년 말 롯데백화점 시설관리 용역업체가 교체되면서, 시설관리 노동자 35명 가운데 비노조원 17명만 고용이 승계됐다. 노조는 넉 달에 걸쳐 단체행동을 했고, 이상구 당시 지회장을 제외한 14명이 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재고용됐다. 이 전 지회장은 이후 막노동을 전전하다가 지난 1월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특수경비원’은 세종청사뿐만 아니라 공항·항만 등 국가 주요 시설들에 배치된 전문 인력이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정부가 경비업법 개정안을 내놓아 신설했다. 국가 주요 시설을 경비하던 경찰이 인력난에 시달려서다. 그래서 특수경비원 자격은 경찰공무원에 준한다. 일반경비원 결격사유인 파산선고자·전과자 등은 물론이고 만 60세 이상·일정 시력 이하인 사람도 특수경비원이 될 수 없다. ‘특수경비원 자격증’이 따로 있지는 않으나, 자격을 갖춘 ‘경비지도사’로부터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세종청사 특수경비원 가운데에는 군인이나 경찰 출신이 많다.

불안정한 고용을 약점 잡아 ‘노조 탄압’

전문 인력이라는 허울에 비해, 세종청사 특수경비원의 노동환경은 몹시 열악하다. 이들은 월 200만원 안팎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특수경비원 다수가 40~50대다. 같은 업무를 보는 정규직 방호공무원과 달리, 특수경비원은 24시간 근무하는 날도 야근수당을 받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불안정한 고용을 바탕으로 한 노조 탄압이다.

특수경비원 노조 측은 3명으로 구성된 사업본부가 노조원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요주의 인물’을 지정해 사업본부에서 따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노조원을 전보 조치하거나, 다른 건물과 3㎞ 이상 떨어져 있는 구역에 ‘귀양’을 보내 노조 영향력을 줄이려 했다. 이런 감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업본부는 특수경비원 가운데 일부에게 ‘부팀장’이라는 직급을 달아주었다. 이들은 특수경비원들을 관리·감독할 뿐, 경비 업무는 하지 않았다. 전체 경비 인원은 일정한데 관리직만 늘면서 경비 업무에 하중이 커졌다. 노동자 내부의 분열을 유도한 셈이다.

실제로 사업본부의 등쌀에 못 이겨 많은 노조원들이 계약 기간을 못 채우고 그만뒀다. 지난 1년6개월간 노조원 35명이 탈퇴했다. 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특수경비원 가운데에는 해고된 이들도 있었다. 해고된 동료에게 법적 대응을 조언한 특수경비원은 사업본부 간부에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3월 특수경비원들은 노조를 결성해 사업본부에 맞섰다. 사업본부의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사업본부장 등 교체를 요구하며 지난 1년여 동안 출근 선전전을 하고, 원청인 세종청사관리소와도 직접 대화를 시도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시사IN 윤무영세종청사관리소가 작성한 ‘특수경비·안내용역 과업설명서’에는 사업본부 설치를 명문화하고, 노사문제 해결을 업무 목표로 삼았다.
세종청사관리소는 2년마다 경쟁입찰로 특수경비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업무 내용을 유지하기 위해 세종청사는 ‘특수경비·안내용역 과업설명서(이하 과업설명서)’를 명문화했다. 사업본부에 관한 내용은 2015년 개정된 과업설명서에 새로 들어갔다. 과업설명서는 사업본부의 업무에 대해 ‘노사문제 해결’이라고 대놓고 적시했다.

문제는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사업본부 직원의 고용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사업본부 직원들은 서류상 세종청사 특수경비원 신분이다. 원칙적으로 특수경비원들은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계약 기간에는 계속 일할 수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 따라서다. 모순되게도 노조를 감시하는 사업본부 직원들도 비정규직인 용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의 이점을 누린다. 세종청사 경비 용역업체는 내년 1월에 바뀔 가능성이 높지만, 현 제도상 ‘노사문제 해결’을 업무 목표로 내건 사업본부는 그대로 유지된다.

사업본부의 구성과 운영이 이렇게 운영되는 데에는 원청인 세종청사관리소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가 용역업체 본사에 확인한 바로는, “사업본부 소속 3명은 본사가 뽑지 않고 이전 업체로부터 승계되었다”. 이 과정에서 원청(세종청사관리소)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용역업체가 인정했다는 것이다.

구 아무개 사업본부장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노조원들을 따로 감시하거나 재계약 여부를 언급한 적이 없다. 일부 특수경비원들을 근무 태만으로 징계하자 (노조가) 불만을 품고 농성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12년 창원 롯데백화점 노조에 관여하지 않았다. 당시 해당 용역업체 협력사에서 근무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세종청사관리소 배 아무개 방호계장은 “사업본부 구성은 용역업체가 스스로 요청한 일이며 압력을 가한 바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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