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가 핵심적인 안보 이슈로 부각된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사드에 대한 기술적인 논쟁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 목마름을 해결해줄 전문가가 한국을 찾았다. 미국의 사드 전문가인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시어도어 포스톨 명예교수가 10·4 남북정상선언 발표 9주년 토론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미사일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통한다.

포스톨 교수는 10월2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주관하는 외교안보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후, 곧바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백악관 과학기술 담당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미국이 동맹국에 미국 무기를 배치할 경우 비용과 편익을 비롯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포스톨 교수의 생각이다. 동맹국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동맹국이 이에 따라 판단하게 하는 것이 외교에 적용하는 민주주의 원칙이라고 본다. 포스톨 교수는 한국에 사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것은 미국 외교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10월4일 토론회에 참석한 연세대 최종건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사드라는 무기체계가 한·미 동맹의 성격을 바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미 동맹이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동맹이었다면, 사드 배치로 한·미 동맹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지역 동맹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도자가 동맹의 정치적 성격과 전략적 판단을 내린 다음에 필요한 군사기술을 들여와야 한다. 그런데 기술(사드)이 먼저 들어온 다음에 동맹의 속성이 변화되는, 즉 우리 의도와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 되었다”라며 사드 배치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했다.
 

ⓒ시사IN 윤무영시어도어 포스톨 MIT 교수는 10·4 남북정상선언 9주년 기념 국제 학술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며 ‘사드 배치 관련 우려가 대부분 근거가 있다’고 확인해주었다.

한·미 동맹은 정전협정과 함께 한국전쟁의 재발을 막는 기능을 수행해왔다. 한·미 동맹의 근거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다. 그런데 분단체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전략적 협의와 판단 없이 하나의 무기체계 도입으로 동맹의 성격이 전환되고 있다.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 자체가 민주주의에 기반하지 않은 일방적 동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포스톨 교수는 이를 미국 외교의 실패라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메일을 보내 지적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동국대 고유환 교수(북한학과)는 “사드 배치는 북한에 대해 ‘선(先) 핵포기론’을 고집한 정부의 안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았다. 포스톨 교수나 고유환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대한민국 안보의 수요가 무엇이고, 이에 따른 무기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드 배치가 진행되었고 결국 안보의 실패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미국 외교의 실패라면 이는 또한 한·미 동맹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포스톨 교수의 발표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진행된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을 한 차원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과학기술 지식을 가지고 사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포스톨 교수는 사드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기만탄(decoy·가짜 탄두)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사드 레이더는 설계될 때부터 미국 지휘통제 시스템과 연결되어 미국 MD(미사일방어체계)의 구성 요소가 된다고 증언했다. 사드 레이더가 생산될 때 이미 전방배치 모드(FBM)와 종말 모드(TBM·성주 배치 예정)를 내장하므로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함께했다. 모두 한국 사회에서 그간 논란이 되었던 지점이다. 포스톨 교수가 기술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러한 지점들에 대한 논증을 했기에 이에 대한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나하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포스톨 교수는 “사드의 군사 기술적 문제점은 이른바 ‘브리틀(Brittle) 시스템’, 즉 ‘굉장히 경직되어 부서지기 쉬운 시스템’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조금이라도 정확도가 떨어지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같이 불안정한 사드를 가지고 북한 핵을 막겠다는 것은 막대한 비용만 지불하고 중국을 자극할 뿐 실제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만약 북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피라미드를 설치해도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비유했다. 사드 배치는, 피라미드를 세운 후 ‘이것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매한가지라는 얘기다.

사드에 거액 들이면 대안 무기체계 개발도 못해

그가 여러 차례 제시한 사드의 결정적인 취약점은 기만탄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만탄은 핵탄두와 모양이 똑같아서 밝혀내기 어렵다. 기만탄이 핵탄두와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려면 정확히 어떤 모양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추정만 할 뿐이지 기만탄의 특징을 정확히 알 길이 없다.

그나마 물리학을 이용해 탄두보다 가벼운 기만탄이 ‘흔들린다’는 특징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탄두 안에 일부러 흔들리게 하는 장치를 만들면, 사드는 진짜 탄두를 오히려 기만탄으로 착각하고, 기만탄을 진짜 탄두로 오인한다. 그래서 기만탄 판별 문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포스톨 교수의 주장이다. 이렇게 사드는 거액의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대안 무기체계 개발도 못하게 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라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포스톨 교수는 중국 측이 느끼는 위기감을 소개할 때도 비유를 들었다. 그는 중국의 우려에 대해 “탱크를 국경에 배치하면서 ‘연료를 다 채우지 않고 몇 리터만 넣을 거니까 걱정 마’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 배치한 사드 레이더는 중국 미사일의 단서 정보(cuing infor- mation)를 미국 알래스카 주 클리어에 위치한 국가 미사일방어(NMD) 레이더로 전달할 수 있다. 한국의 사드 레이더는 먼 거리에서 중국 ICBM 2단계 로켓을 탐지 및 추적할 수 있기에 미국의 국가 미사일방어체계에 단서 정보를 제공하는 정밀 센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에 배치한 사드 레이더 체계가 미국의 전초기지(outpost)가 된다. 그렇다면 전방배치 모드와 종말 모드라는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중국은 사드의 이런 능력 때문에 미국의 NMD가 자신들을 겨냥하리라고 우려한다. 중국은 성주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 체계를 중국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MD 시스템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중국은 한국에 배치한 사드 레이더에 대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전방배치 모드로 단정한다.
 

ⓒ연합뉴스7월18일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괌 미군기지 사드 포대를 방문해 레이더 전자파의 인체 위해성 여부, 발전기 소음, 환경 피해 등을 확인했다.

포스톨 교수는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 중국이 상당히 ‘과격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중국은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를 자신들의 핵무기 반격 능력을 저해하는 움직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포스톨 교수는 지난 25년간 중국을 다니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을 많이 만났다고 한다. 그는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좀 더 과격하게 행동해야겠다’고 하면 어떤 전문가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가 부른 난제를 풀 방안은 없을까? 포스톨 교수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소련과 맺은 탄도요격미사일제한(ABM) 조약을 되살리는 것이다. ABM 조약은 요격 미사일 배치를 제한하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 있고 구속력이 있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ABM을 폐기하고 MD를 결정한 바 있다. 포스톨 교수도 ABM 조약을 되살리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오히려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은 500~600개 요격 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러시아·중국과 군비경쟁이 격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포스톨 교수가 제안한 현실적인 대안은, 사드나 패트리엇보다 방어능력이 더 뛰어난 미사일 체제를 한국 스스로 개발하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자체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포스톨 교수는 주장했다. 미국의 군수산업에 의존할 경우, 미국은 한국에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군수산업체의 수익만 극대화해준다는 것이다.

“대안은 평화체제 구축”

포스톨 교수가 제안한 대안적인 미사일 시스템은, 매우 빠른 속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 요격 미사일을 사용하는 첨단 미사일방어(Advanced Missile Defense) 체계이다. 이 급가속 요격 미사일의 경우 탄두를 장거리에서 추적하기 위한 강력한 레이더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비용이 적게 들며 SLBM 대처 능력도 상당히 월등하다는 것이다. 그가 제안한 대안 방어 미사일은 아직은 개념적인 차원에서 소개된 수준이다. 하지만 미사일 전문가의 조언이라 귀를 기울일 만하다.

무엇보다도 포스톨 교수는 외교 실패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을 스스로 판단해 선택해라고 포스톨 교수는 몇 번이나 강조했다.

기자명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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