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은 왜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만 MS 오피스를 샀을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MS 제품을 MS에서 사지 어디서 사나?”라고 반문할 것이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사진)은 달랐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MS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10월6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올해 서울시 교육청이 총 90억원을 들여 MS 오피스와 한글워드를 일괄 구매했다. 업체(MS)와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따졌다. 조 교육감은 “MS 말고는 살 데가 없지 않나? 교육청이 일괄 구매하면서 오히려 20억원 이상을 아꼈다”라고 답했다. 한글 워드의 수의계약을 따졌어야 했는데, 흥분한 이 의원은 “교육감은 자질이 안 됐다. 사퇴하라”고 일갈했다. MS 제품을 MS에서만 사게 만든 악랄한 기업인 빌 게이츠를 국감 증인으로 세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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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과 개그의 크로스오버를 꾀한 분은 이은재 의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은 “개그맨 김제동씨를 국감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제동씨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위병 복무 시절 군사령관 부인을 ‘아주머니’라 불러 영창에 간 적이 있다”라고 말해서다.
10월5일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백 의원은 “김씨가 우리 군 간부를 조롱해 군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김제동씨는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 국감에 부르면 언제든지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김영우 국방위원장(새누리당)은 김제동씨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군과 군 가족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허위 사실을 개그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고 토를 달았다. 옳은 말씀이다. 군에는 이미 “방산 비리는 생계형 비리” 같은 ‘개그 소재’가 넘친다. 저 명언의 주인공은 아직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시다.

‘망언’은 개그 소재가 되기도 했다. 10월5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고 백남기씨에 대해 “물대포를 맞아 사람 얼굴뼈가 부러진다는 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튿날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매일신문〉에 ‘국회에서 물대포 검증 한번 했으면 좋겠다. 김진태 의원이 진리를 위해 기꺼이 제 몸을 실험에 제공해주실 거라 믿는다. 사고라도 나면 진단서는 백선하 교수께 받게 해드린다’라고 썼다. 새누리당 몇몇 의원들 덕에 웃는다. 개그가 아니라 의정 활동에 충실하기를 바랄 뿐이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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