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2년 뒤, 드레스덴 선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공허한 게 드레스덴 선언뿐인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도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북정책 공약은 또 어떤가? ‘남북한 간 북핵문제 해결 위한 실질적 협의 추진’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선거 공약집 357쪽). ‘개성공단 국제화’도 담았다. 서울과 평양에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도 내걸었다(359쪽). 시베리아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해 복합 물류 네트워크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362쪽). 이 모든 약속이 글자로만 남아 있다.
남북관계의 파탄 책임을 북한에 돌릴 수 있다. 북한은 상수다. 상수를 관리하고 해결하는 게 리더십이다. 무능한 지도자는 위기를 만들고 유능한 지도자는 위기를 해결한다(김연철, 〈협상의 전략〉).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를 방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북 사이 긴장이 높아지면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한다. 북폭이니 선제타격이니 하는 말이 흘러나온다. 시곗바늘이 다시 1994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
독일 드레스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소이탄 폭격을 맞았다. 불바다가 되었다. 어린이 수백명을 포함해 2만5000명가량이 숨졌다. 박 대통령이 다시 드레스덴을 찾아 2년 전 구상을 떠올린다면, 외유에 드는 세금도 아깝지 않겠다.
※ 봄부터 준비한 독자·청년들과의 만남을 이제야 공개합니다. 여러분을 인터뷰어로 모십니다. ‘〈시사IN〉 인터뷰 Show’ 1탄 공고를 확인해주세요(오른쪽 참조). 또 〈시사IN〉이 퇴근길(오후 6시30분) 페이스북(facebook.com/sisain) 라이브 방송을 본격 시작합니다. 월요일은 ‘편집국장과 함께하는 〈시사IN〉 미리보기’, 화요일은 ‘김영미의 눈높이 국제 뉴스’, 수요일은 ‘송지혜 기자의 색깔이 있는 신간 소개’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