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급진 세력은 사막이나 동굴을 아지트로 삼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든다. IS는 다르다. 원래부터 자신만의 나라를 세우는 게 목적이었다. IS는 마침내 2014년 6월, 제정일치의 칼리파 국가를 선포했다. 국가명을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The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ISIS)로 개정했다. 줄여서 IS(이슬람국가)이다. 아랍권에서는 ‘다에쉬’라고 부른다.

완전한 국가가 되려면 세금을 낼 국민이 필요하다. 시리아와 이라크 주민은 전쟁을 피해 탈출하기 바쁜 상황이었다. IS는 장기인 인터넷과 디지털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즈음 유럽에서는 10대 소년·소녀 혹은 20대 젊은이의 잔혹동화 같은 실종이 잇달았다. 처음에는 단순 가출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수가 어느새 수백명에 달했다. 시간이 지나며 이들이 향한 곳이 시리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럽 사회는 경악했다.

ⓒAP Photo2015년 4월 이슬람국가(IS) 소년병(아쉬발)들이 IS 깃발과 소총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터키는 ‘지하드 익스프레스’라고 불렸다. 국경도시 킬리스가 관문이었다. 2012년부터 이 국경 검문소에는 금발과 파란 눈의 청년이 눈에 많이 띄었다. 2013년 여름, 킬리스 국경도시에서 필자는 유럽 여권을 들고 작은 짐 가방을 끄는 청년들을 만났다.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얼굴이 희망으로 들떠 있었다. 그들은 “시리아 사람들을 도우려고 봉사하러 간다”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그 누구도 이들이 지하드 전사가 되려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2015년 9월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던 2011년부터 미국인 250여 명을 포함해 모두 3만명 가까운 외국인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에 가담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넘어갔다고 보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식으로 IS에 가입한 최초의 한국인은 지난해 1월 터키를 통해 시리아로 향한 김 아무개군(당시 18세)이다. 인터넷으로 IS와 접촉해 합류한 경우다. 그 뒤에도 한국인 20대 청년 3명이 IS에 가입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남부 도시 킬리스는 세계 각국에서 온 부모들이, 가출해서 시리아로 간 자녀를 찾으려고 장사진을 이루었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처음 IS를 접한다. IS는 SNS를 통해 집과 일자리 그리고 결혼을 보장한다며 유혹한다. 국경을 넘는 온갖 방법을 알려주고 터키에만 오면 안내인을 붙여준다. 아이들은 어른들 몰래 아라비안나이트를 꿈꿨다. 2014년 필자가 킬리스를 다시 찾았을 때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경계가 삼엄했다. 국경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국경 여기저기에 각국에서 파견 나온 정보요원이 진을 치고 있었다. 많은 나라가 자국 청년이 IS 대원이 되는 것을 막으려 안간힘을 썼다.

공식 루트가 막히자 불법적인 길이 열렸다. 터키와 시리아 국경은 900㎞가 넘는다. 대개 탁 트인 개활지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불법 월경이 가능하다. 국경을 따라 늘어선 작은 마을들이 IS의 주요 협조처이다. 대표적인 곳이 킬리스 동쪽 ‘알베일리 마을’이다. 취재에 동행한 터키 ‘도안 뉴스’의 마후무드(가명) 기자는 “이 마을 사람 중 80%가 IS 추종자이다”라고 말했다. 마을을 통과하자 올리브 나무가 심어진 언덕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그는 “IS 대원이 되려는 청년들과 시리아 쪽에서 넘어온 IS 안내원들이 만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과 안내원은 서로 악수를 하고 같이 언덕을 넘어 시리아로 들어갔다.

시리아로 넘어간 외국인 청년은 훈련소 생활을 한다. 효용 가치와 충성도에 따라 2주, 한 달, 45일, 6개월, 1년 등으로 훈련 기간에 차등을 둔다. 컴퓨터에 능하면 IS의 선전국이 대원 모집책으로 차출한다. 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이 올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IS의 신상 조사가 철저하다. IS는 출신 국가와 종교, 가족 구성, 교육 수준, 지하디스트 경험 등 모두 23가지 항목을 꼼꼼히 조사한다.

훈련 과목은 군사와 정치, 이슬람 교리로 나뉘고 교관 5명이 청년들을 맡는다. 이 기간에 그들을 세뇌한다. 전직 IS 대원인 튀니지 청년 알리는 “훈련소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급속하게 바뀌는지 당신은 믿기 힘들 것이다. 같이 훈련받은 프랑스 사람은 자살폭탄 테러에 감동을 받은 나머지 자기도 언젠가 자살폭탄 테러를 할 것이라고 내게 자주 말했다”라고 증언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IS 훈련소는 확인된 것만 30곳이 넘는다.

ⓒ시사IN 조남진2013년 8월 터키와 시리아의 킬리스 국경 검문소에서 시리아 국민들이 재입국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서방 청소년들도 이곳을 경유해 IS에 가담했다.
훈련이 끝나면 IS는 이들에게 새 이름을 주고 각자 새로운 주거지로 보낸다. 한 그룹에 5~7명씩 난민이 버리고 간 집에서 산다. 네덜란드에서 시리아로 넘어간 나다(19)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2014년 훈련소를 거친 뒤 IS의 수도로 알려진 라카에서 집단 생활을 했다. 그들은 한국의 ‘가출팸(가출한 청소년들이 가족처럼 함께 사는 공동체)’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방과 거실에서 구역을 나눠 생활하고 함께 식사하며 명령이 떨어지면 각자 일하러 간다.” 젊고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여 살다 보니 다툼도 많았다. IS는 고심 끝에 같은 언어 사용권별로 그룹을 나누었다. 영국 출신이면 ‘알브라타니’, 독일 출신은 ‘알알마니’라는 이름으로 그룹을 짓는 식이었다. 유럽의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던 청년들에게 단체 생활은 쉽지 않았다. 나다는 “빨리 결혼해서 그룹을 벗어나 독립하고 싶어 여성을 알아보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IS는 결혼을 적극 장려한다. 대원이 결혼하면 따로 살림집을 배정해준다. 국민 수를 늘리려는 의도다.

2013년 9월 로프티 벤 제두 튀니지 내무장관은 “6개월 동안 시리아로 넘어가려는 튀니지 젊은 여성 약 6000명을 적발했다”라고 밝혔다. ‘지하드 신부’가 있다는 소문이 장관의 발표로 공식 확인된 셈이다. 튀니지만이 아니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연일 소동이 벌어졌다. 프랑스·벨기에·독일 등 유럽의 각국 소녀가 시리아로 갔다. 최연소는 독일의 13세 소녀였다. 그들은 학교에 가는 척하거나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부모를 안심시키고 공항으로 가서 터키행 비행기에 올랐다. 벨기에의 한 IS 전문가는 “네덜란드 스키폴 국제공항은 터키로 가는 소녀들을 안내하는 중간 기착지이자 허브이다. 이곳에 상주하는 IS 안내원이 소녀들을 터키로 가는 비행기에 태운다”라고 말했다. 2014년 영국의 10대 여학생 3명이 시리아로 떠났다. 이들은 유명 사립학교 학생이었다. 똑똑하고 활기차던 쌍둥이 소녀 역시 지하드의 신부가 되려고 시리아로 떠난 것이다. 소녀들은 IS 대원과의 사랑을 마치 하이틴 소설처럼 낭만적으로 받아들였다.

미국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서방 출신 IS 조직원 7명 중 1명은 여성이다. 서방 출신 여성 600명이 IS에 가담하려고 시리아와 이라크로 갔으며 여전히 그 수는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프랑스 여성이 약 220명으로 가장 많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최소 40명이 합류한 것으로 본다. 뉴질랜드와 일본까지 전 대륙을 망라해 지하드 신부가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시리아로 가자마자 IS 대원과 결혼해 가족을 이룬다. IS 대원들은 각종 SNS를 통해 소녀들을 시리아로 끌고 오기 위해 혈안이다.

지금도 매주 100명가량의 외국인이 터키를 거쳐 이라크와 시리아 내 IS에 합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발표된 영국 옥스퍼드 대학 스콧 아트란 박사 연구에 따르면, 대원 가운데 75%는 주선자인 친구가 있었다. 20%는 가족의 소개로 IS 대원이 되었다. 한창 예민한 나이여서 가족이나 친구의 영향력이 크다. 앞서 말한 2014년 영국의 10대 여학생 3명도 같은 반 소녀가 시리아로 먼저 떠난 후 뒤를 따른 것이었다. 누구 한 명이 넘어가면 주변까지 위험해진다.

ⓒDaily Mail영국인 여성 샐리 존스(위)는 28세 연하인 IS 해커와 결혼하고 여성 대원 중 2인자가 되었다.
IS가 SNS나 인터넷에 능숙한 것도 원인이 된다. 10대가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나 블로그를 집중 공략하고 SNS를 통해 대화 채널을 만든다. 지금도 트위터나 스카이프 혹은 텔레그램을 통해 청소년을 유혹하는 메시지가 널려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웹사이트에 발표한 ‘청년 고용 트렌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5~24세 청년 실업자는 7100만명이다. 세계 젊은이 13% 정도는 실업자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60억 유로(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청년고용기금을 만들었지만 실효가 없었다. 미래가 불투명한 이 실업 청년들이 IS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IS의 대원 모집 요강 중 급여 항목이 가장 비중 있다.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IS가 연수입의 약 3분에 2에 이르는 6억 달러(약 7050억원)를 대원들에게 지급한다고 보도했다. ‘무하지린’이라 불리는 외국인 대원이 급여를 가장 많이 받는다. 한 달 평균 600달러(약 71만원)와 이주비 200달러(약 18만원)이다. 아내나 자녀가 있는 경우 사람 수대로 수당이 더 붙는다. 벨기에 안트뵈르펜에 사는 모로코계 마무드 씨(20)는 “좋은 대학에 가도 아랍계인 내가 양복 입고 일할 직장이 있을까. 주변에서 세 명이 시리아로 떠났다. 그 친구들은 IS가 월급과 멋있는 직업을 준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한다.

IS는 젊은이의 고통을 공략한다. 급여는 유전과 원유 밀거래를 통해 마련한다. 매년 점령지에서의 세금 수입이 4000억원을 넘어섰다. 주민 처지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IS 수도 라카에서 카펫 공장을 하는 이브라힘 씨(34)는 “알아사드 정부 시절에는 세금뿐 아니라 정부 관리들에게도 뒷돈을 많이 뜯겼다. 나는 IS에 찬성하진 않지만 차라리 세율에 따른 세금만 떼어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유부녀와 미혼모도 공략하는 IS

IS는 외롭고 힘든 처지의 여성도 유혹한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유부녀나 사회에서 손가락질당하는 미혼모 등에게도 모든 걸 책임져주겠다고 선전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리아로 넘어간 부모도 꽤 많다. 외국인 전사나 아이를 데리고 간 부모가 현지에서 출산한 아동이 약 1500명으로 추산된다. 영국인 여성 대원 샐리 존스(47)는 가장 유명한 IS 엄마이다. 해커인 주나이드 후세인(당시 19세)과 인터넷으로 알게 된 존스는 2014년 1월 시리아로 가서 합류했다. 그 후 28살 연하인 후세인과 결혼했다. 존스는 현재 IS 내 여성 대원 중 2인자이다. 아들을 포로 처형 영상에 등장시킬 만큼 골수이다. 아들 조(11)는 14세 이하 소년들이 전투 훈련을 하는 아쉬발(새끼 사자) 부대 소속이다. IS는 그들이 말하는 이슬람의 가장 순수한 시대인 칼리파 시절에 가까워져간다는 자부심에 부풀어 있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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