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인 10월10일 이번에 시험한 엔진을 장착한 발사체를 쏠거라는 전망도 많은데?정지궤도위성을 탑재한 발사체를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수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가능성은 80t 엔진 1기 또는 2기를 묶어 1단으로 쓰고 2단을 스커드나 보조엔진을 사용하는 KN-14 ICBM을 시험발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치 않다. 만일에 ICBM을 쏜다면 어디다 쏠 건가? 일본 열도를 넘어가 태평양에 떨어질 텐데 미국이 가만있을까? 김정은이 바보가 아니다. 90도 가까운 고각으로 올려서 쏘면 고도가 1만㎞ 이상 올라갈 수 있다. 미사일이 굉장히 불안정해질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 시점에 80t 추력의 엔진 시험을 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북한이 물론 강력한 위성 발사체를 개발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80t짜리 엔진 하나 또는 두 개를 묶어서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이동식 ICBM KN-14 엔진으로 쓰려는 게 진짜 목표라고 본다.어떻게 가능한가?1단 로켓에 80t 엔진 하나를 넣으면 7~8m, 두 개 엔진을 묶으면 그만큼 연료와 산화제를 많이 실어야 하기 때문에 1단 높이가 15~16m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단 로켓 및 탄두를 포함하는 페어링(탄두 덮개)을 6~7m 정도로 만들면 20m 전후로 이동식 ICBM인 KN-14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2단 엔진의 조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대 사거리는 1만㎞ 이상 충분히 나온다. 지금 그 분석을 하고 있다. 그만큼 80t 추력이 큰 거다. 두 개면 160t이다. 2012년 12월에 발사한 은하 3호 위성은 노동 미사일 엔진 네 개를 클러스터링(clustering:추력을 높이기 위해 엔진 여러 개를 묶는 것)했다. 노동 엔진이 27t, 옆에 3t짜리 부스터(보조 엔진)를 합치면 30t, 곱하기 4하면 120t이다. 이걸로 위성을 500㎞ 올렸다. 결국 은하 3호 발사체보다도 추력이 크다는 의미다. 80t 엔진 두 개만 묶어도 상당한 사거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4월9일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엔진에 대한 지상 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것과 이번 시험은 어떤 관계인가?4월에 한 것은 무수단 미사일에 사용하는 옛 소련의 R-27(SS-N-6) 엔진을 모방 개발하여 시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것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엔진이다. 4월에 시험한 것은 노즐(분사구)이 밖에서 안 보이고 노즐과 엔진이 굉장히 뭉툭하며 짧은 잠입형이다. 이런 형상은 엔진이 들어갈 수 있도록 탱크가 안쪽으로 파여 있다. R-27의 특징 그대로다. 이번에 시험한 것은 노즐이 뚜렷이 길게 나와 있다.
이번 시험의 엔진은 출처가 어딘가?중국의 YF-20 엔진과 흡사하다. 중국의 롱마치(Long March:창정·長征)라는 우주 발사체의 엔진인데 그것을 모방한 것이다. 롱마치 1은 지금 폐기됐다. YF-20 엔진은 롱마치 2, 3, 4에 업그레이드돼서 메인 엔진 또는 3단 엔진으로 쓰인다. 우주정거장 ‘톈궁’, 통신위성 ‘둥방훙’, 유인우주선 ‘선저우’ 등을 쏘아 올리는 데 사용했다.
북한은 이 기술을 어떻게 획득했을까?기본 제원은 어느 정도 공개돼 있으므로 인터넷을 뒤져 모방 설계를 했을 것이다. 또 미국의 정보대로 이란과 기술협력을 했을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한테는 주기를 꺼려해도 이란에는 석유를 받는 대신 기술을 많이 주었다.
북한이 국산화를 시도한 이유는?
이것도 바로 이동식 ICBM인 KN-14 개발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동식 ICBM을 만드는 것은 북한의 숙원사업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대포동 1호와 2호는 길이가 너무 커 무기체계로서 효용이 떨어진다. 대포동의 한계는 바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엔진의 한계에서 비롯한다.어떤 점에서 한계가 있나?
대포동 1호는 스커드 엔진 4개를 붙여서 만들었고, 대포동 2호는 스커드와 노동 엔진을 결합해 만들었다. 스커드와 노동은 기본 기술과 추진제 및 산화제 등이 똑같다. 특히 등유(케로신) 80%와 휘발유 20%를 섞은 TM-185를 연료로 쓰고 적연질산(IRFNA)을 산화제로 사용하는데 효율이 낮은 게 문제다. 초기에는 탑재 중량을 줄이는 식으로 구조 중량비를 개선해서 사거리를 늘려왔는데, 성능의 한계로 일정 크기 이하로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 그리고 엔진 조합을 아무리 해도 사거리가 7000㎞ 이상 안 나온다. 즉 미국 본토를 때릴 수가 없다.그래서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인가?
그렇다. 북한이 이동식 ICBM으로 처음 추진한 게 KN-08이다. 2012년 4월15일 8축의 TEL에 실려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는 20m가 좀 넘었고 3단형이었다. 당시 모형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2013년 2월과 8월에 엔진 연소시험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노동 엔진 두 개를 붙여서 해보려고 한 것 같은데 나도 여러 엔진 조항으로 사거리 분석을 해왔지만 사거리가 6000~7000㎞밖에 안 나온다. 그래서 KN-08을 포기하고 KN-14로 바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KN-08과 14의 외형적 차이점이 있나?
KN-14는 미국이 2014년에 포착했고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2단형으로 KN-08보다 길이가 짧고 앞부분이 뭉툭한 것이 특징이다. 핵탄두의 지구 대기권 재진입을 고려한 설계 변경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4월 무수단 엔진으로 신형 ICBM 엔진 시험을 한 것이나 이번에 정지위성 발사체용 엔진 시험을 한 것은 둘 다 KN-14에 적합한 엔진을 찾기 위함인가?
그렇다. 무수단 엔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실전 배치했던 무수단을 국산화하고 여러 차례 실패 끝에 시험발사에 성공하기까지 했으니 이것으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 무수단 엔진은 스커드 계열과 족보가 다르다. 추진제가 비대칭디메틸하이드라진(UDMH) 이고 산화제가 사산화질소(N₂O₄)로 고에너지 추진제다. 80t 엔진에도 이 연료 조합을 썼을 것이다. 이 추진제 조합은 스커드 계열 추진제보다 비추력이 30% 이상 더 나온다. 구형의 스커드 및 노동 엔진에만 의존하다 고에너지 추진제를 국산화해서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니 좋아서 난리가 났던 것이다.
4월 무수단 엔진 시험에 성공했으면서 전혀 다른 계통의 엔진 시험을 또 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수단은 잠입형이라 제작 기술과 제작 공정이 어렵다. 대량생산이 어렵다. 반면 80t 엔진은 일반적인 형상이라 훨씬 쉽고, 많이 만들 수 있다. 8축의 이동식 발사대에 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도 짧게 만들 수 있다. 또 액체연료이지만 이동식 발사대에 싣고 다니면 포착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소망은 원산에서 위싱턴 D.C., 즉 백악관을 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