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들은 이번 범죄를 어떻게 생각할까? 범죄 위협 정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르게 답했다. “바오젠 거리(제주시 연동에 있는 대표적 중국인 거리) 쪽에 발길을 끊었다”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가지 공통점은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외국인 범죄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대개 “아무데서나 웃통을 벗고 쓰레기를 버리는” 중국인 관광객의 ‘에티켓’ 문제를 거쳐 경제 이야기로 끝났다. 대다수 제주도민은 중국인 관광객이 지역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민심의 풍향계인 한 택시기사는 “중국 관광객이 주는 손해가 이익보다 많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번 (살인) 사건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다”라고 말했다.
수치상 드러난 경제 활황 지표는 파란불이지만, 주민들의 삶이 드러난 지표는 빨간불이다. 제주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45만5000원으로 전국 최하위다. 1위 울산(423만원)의 60% 수준이다. 상용근로자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14% 낮고, 임시직·일용직과 자영업자, 무급 가족 종사자 비율은 높다. 일자리 질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외 자본의 부동산 투기가 늘면서 땅값이 크게 올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도내 평균임금으로는 연세(1년치 월세를 한 번에 납부하는 계약 방식)가 감당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 사업 이윤은 ‘도로 중국인에게’
무엇보다 주력 산업인 관광업의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004년 33만명 수준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10년 만에 10배로 늘었다.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그 과실이 온전히 도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최근 들어 ‘중국인들끼리의 관광 사이클’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운 신제주 지역에는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호텔이 다수 포진해 있다. 바오젠 거리 식당·술집 다수도 중국인들이 운영한다. 바오젠거리에서 1㎞ 이내에는 대형 면세점 두 곳이 있다. 제주도 내 중국 여행사에 다니는 남효석씨는 “면세점을 비롯한 도내 대다수 쇼핑·관광 시설이 (중국)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커미션을 지급한다”라고 귀띔했다. 숙박·식사·쇼핑 등 제주도 관광의 이윤 대부분을 중국 회사들이 챙기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환경오염 때문이다. 유입 인구가 급증하면서 제주도의 특장점인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환경이 훼손된다면 제주의 ‘관광 붐’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도내 생활폐기물 발생량, 자동차 등록 대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하수 무단 방류 문제도 터져 나왔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9월26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97일 동안 법정 기준치를 넘어선 하수가 바다에 무단 방류됐다”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날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상하수도본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제주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관광객 수 조절’이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 3월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한라산국립공원 하수의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 탐방객 총량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논평을 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좌광일 사무처장은 “최근 제주도는 인구나 관광객을 다다익선으로 보고, 이 작은 섬이 몇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지 살피지 않았다. 도민들 사이에 ‘관광객들이 너무 늘어 생활 터전이 파괴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라고 말했다.
제주대학 탐라문화연구원의 김동현 특별연구원은 ‘국제자유도시’라는 제주도 개발 비전이 근본적 문제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제주도 주민들은 ‘육지 사람들’에게 소외됐다는 박탈감을 가져왔다. 제주특별법 속 ‘국제자유도시’라는 목표도 그렇다. 사람·자본·상품이 자유롭게 드나든다는 국제자유도시에서, 정작 지역 주민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지고 있다. 외국인 정책 각론뿐만 아니라 제주도 개발 방향 전체를 수정해야 한다.” 외국인 범죄만 단속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