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
폴 콜리어 지음
김선영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이민’은 2016년의 세계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미국 대선에서 이민 혐오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주무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국민투표는, 이민자가 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영국 중하층 노동자의 분노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곤란하다. 시리아 내전과 IS(이슬람국가)의 발흥으로 등장한 대규모 난민 위기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연대’를 뿌리부터 뒤흔들어 EU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민 문제를 마주할 때면, 우리는 마치 선택지가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민 봉쇄 또는 이민 자유화. 전자가 주로 극우파의 이민 혐오에 뿌리를 둔다면 후자는 세계시민주의자의 이상이다. 하지만 경제학으로 제3세계 문제를 연구해온 영국의 석학 폴 콜리어가 보기에,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최근작 〈엑소더스〉에서 콜리어는 제3세계 문제가 선진국 독자와 만나는 지점인 이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먼저 그는 이민 봉쇄를 간단히 반박한다. 이민은 다양성을 공급하는데, 다양성은 혁신을 발생시키는 동력이다. 동시에 그는 이민 자유화도 기각한다. 공동체 정체성은 협력이라는 좋은 외부 효과를 생산한다. 공동체 정체성이 무너져 협력이 훼손되면 사회는 더 불평등해지고 나빠진다.

이민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핵심 키워드다. 콜리어는 결론을 에두르지 않는다. 그는 다문화 정책보다는 동화 정책을 선호한다. 그래야 공동체 정체성이 덜 훼손된다. 이민 자유화나 이민 봉쇄보다는 섬세한 이민 쿼터 제한정책을 선호한다. 이주율과 디아스포라 크기 등 몇몇 변수를 알면, 다양성은 극대화대고 협력 훼손은 최소화하는 ‘이민 제한선의 최적점’을 구할 수 있다. 콜리어는 우스울 정도로 간단한 직선과 곡선 몇 개로 놀라운 설득력을 보여준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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