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파일 국정원
김당 지음, 메디치 펴냄

국가정보원은 하나의 작은 정부다.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연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쓴다. 그런데도 정보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출신인 저자는 지난 20년간 국정원을 추적했다.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안기부 북풍공작 추적보도’ ‘최초 공개 안기부 조기표’ 등을 특종 보도했다. 그동안 취재 수첩에는 담겼지만 기사로 쓰지 못했던 국정원 파일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국정원 간부들의 실명과 사진, 그리고 대외비 정보가 포함 되어 있다. 2, 3급에 해당하는 비밀 정보 일부도 공개했다. 문정인 교수 표현대로 이 책은 풍부한 사례, 팩트를 담고 있는 논픽션 르포이다. 첩보 소설처럼 쉽게 읽힌다.

나 안 괜찮아
실키 지음, 현암사 펴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모조리 입으로 꺼냈다간 이른바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터. 오늘도 “그래서 어쩌라고” 대거리하고 싶은 순간을 잘 참고 집에 돌아와 분을 삭이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라.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캐릭터들이 오늘 내가 차마 못다 한 말을 꺼내놓는다. 어떤 장면에서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고 어떤 장면에서는 ‘내일은 나도 꼭 저렇게 말해봐야지’ 다짐하게 된다. 위로는 덤이다.
한 컷 혹은 네 컷 그림들이 담겼다. SNS상 구독자 2만여 명이 공감한 그림들로, 책이 나온 지 닷새 만에 2쇄를 찍었다. 한 번에 다 읽기보다 침대 맡에 두고 매일 한두 편씩 들춰보기 좋은 책.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전 3권)
조영남 지음, 민음사 펴냄

1989년 6월, 중국 인민해방군은 톈안먼 광장에서 연좌 중인 민주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다. 어찌 보면 ‘동지’끼리의 충돌이었다. 시위자들은 물론이고 ‘학살 원흉’으로 알려진 덩샤오핑 역시 개혁·개방에 관한 한 투철한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제는 톈안먼 사태가 아니다. 마오쩌둥 사망 이후 덩샤오핑 리더십의 태동에서부터 개혁파·보수파 파벌정쟁을 거쳐 남순강화(南巡講話)에 이르는 시기(1976~1992년)를 총체적이면서도 자세하게 다룬다. 이런 큰 흐름 속에서 1989년 당시 중국 민주화운동 내부 사정까지 충실히 추적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톈안먼 사태 같은 개별 사건에 대해서도 입체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중독은 없다
윤명희 지음, 율리시즈 펴냄

화창한 오후 집안에서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는 자녀 때문에 화병이 도진 적이 있는가. 식당에서 옆자리 어르신이 ‘아이고, 애가 스마트폰만 보고 있네’ 하며 혀를 끌끌 차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을 테다.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접한 아이들이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다. 질문은 되풀이된다. 스마트폰은 내 아이를 망치는 도구인가, 아닌가.
저자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세상에 깊숙이 파고든 무엇이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여가를 즐기고, 주위와 소통하며, 자기를 표현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대 간에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없다. 디지털 미디어와 청소년 문제를 오랫동안 들여다봐온 저자의 세상 읽기다.



우리는 빈곤 세대입니다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박성민 옮김, 시공사 펴냄

대한민국은 헬조선이고, 우리는 흙수저다.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 사는 청년실신(청년 실업과 신용불량자를 합친 말). 청년은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아니요’다. 책은 ‘평생 가난할 운명에 놓인 청년’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나태한 정신력을 극복하거나 ‘노오력’을 한다고 해도 빈곤을 못 벗어난다.
일하면 수입이 생긴다? 가족이 나를 돕는다? 청년은 건강하다? 한 겹만 벗겨내면 이는 모두 잘못된 생각이다. 직장이 있어도,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높은 주거비와 밀린 학자금 대출이 청년을 짓누른다. 야근에 시달리며 건강은 더 나빠진다. ‘평범한’ 삶은 어쩌다 이렇게 꿈이 되어버렸을까.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천주희 지음, 사이행성 펴냄

스무 살이던 저자는 지방에서 서울로 오면서 자의 반 타의 반 ‘독립’을 한다. 아버지는 1000만원을 첫 대학등록금 겸 ‘독립자금’으로 주었다. 이를 기반으로 휴학·알바·복학을 반복하면서 10년 만에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지난 10년간, 저자는 대학과 대학원 등록금으로 5000만원을 냈다. 이 중 2200만원은 8차례에 걸쳐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첫 대출을 받은 이후 꾸준히 원금과 이자를 갚아왔지만, 완납까지 앞으로 10년이 더 남았다. 저자가 학자금 대출을 납기일에 맞춰 상환한다면 앞으로 11년 후인 2027년에 다 갚을 수 있다. 그때, 마흔 정도가 된다.
학생 채무자의 이야기이자, 부채와 빈곤에 허덕이는 수많은 청춘의 서사를 담은 보고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