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종료된다. 새누리당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9월2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특조위는 임기가 끝났다”라며 특조위 종료를 못 박았다.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특조위는 9월30일 문을 닫게 된다.

이대로 특조위가 마무리된다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미완에 그친다. 9월21일 기자와 만난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진상 규명 조사활동은 30%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사IN 신선영지난 9월2일 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 행사 예산은 특조위 위원들이 사비를 털어 마련했다.
세월호 특별법(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1년6개월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특조위가 활동한 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특조위 조사관들은 지난해 7월27일 첫 출근을 했다. 특조위에 예산이 배정된 건 지난해 8월4일이었다. 유가족과 특조위는 이를 기준으로 특조위 활동 기한을 2017년 2월까지라고 보았다. 그러나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1일을 기점으로 올해 6월30일을 종료일이라고 해석했다.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 12명도 복귀했다(파견공무원 17명은 백서 작성 등을 위해 근무한다). 이후 특별법에 따라 백서 및 종합보고서 작성 기간 3개월이 주어졌지만, 이 기간 특조위의 조사 권한은 인정받지 않았다. 민간 분야에서 채용된 조사관들은 7월부터 월급도 받지 못했다. 3차 청문회(9월1~2일) 예산은 특조위 위원들이 사비를 털어 마련했다.

권영빈 위원은 “조사는 하다 보면 가속도가 붙는다. 초기에는 자료 수집하기에 바쁘다. 자료가 어느 정도 모여야 분석을 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 조사에 탄력이 붙으려는 시점에 특조위가 강제 중단되는 거다. 뜀틀에 비유하자면 도움닫기를 하고 이제 막 구름판을 밟으려는 순간 정부가 구름판을 빼버린 거다”라고 말했다.

특조위의 활동 성과도 있었다. 지난 5월 특조위는 세월호 탑승객 구조 실패의 원인을 밝혀낼 핵심 자료를 찾아냈다. 해경 본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참사 당시 해경의 교신 내용이 녹음된 주파수공용통신(TRS) 음성파일을 발견한 것이다. 해경 본청 보안구역에 있는 하드디스크 3개에는 2014년 4월15일부터 12월31일까지 세월호와 관련해 해경이 나눈 통신 기록 100만여 건이 저장돼 있었다. 이 기록이 특조위가 보기에는 해경의 부실한 구조 활동을 밝혀줄 ‘블랙박스’다. 예를 들면, 참사 당시 해경은 4월18일 탑승자가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식당 칸에 공기를 주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3차 청문회에서 특조위가 공개한 TRS 교신 내용에 따르면, 이춘재 당시 해경 경비안전국장(현 해양경비안전조정관)은 TRS를 통해 “식당 칸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 되니까 현재 35m 지점 부근에 바로 공기주입구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해경이 공기를 주입한 곳은 선원들이 모두 탈출한 조타실 부근이었다. 세월호 선내에 수중 로봇을 투입했다던 발표도 TRS에 따르면 거짓이었다.

“교신 기록 0.7% 분석한 결과가 이 정도…”

문제는 특조위가 확보한 TRS 음성파일은 전체 교신 기록 중 0.7%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6월 말로 규정된 활동 기한이 발목을 잡았다. 해경은 2014년 4월15~29일 녹음된 TRS 음성파일을 두 차례에 걸쳐 제출했지만 7월이 지나자 특조위에 조사 권한이 없다며 나머지 파일 제출을 거부했다. 권영빈 위원은 “0.7%를 분석한 결과가 저 정도이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파일 중에는 해경이 해군 또는 청와대와 주고받은 교신 기록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TRS 음성파일은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는 비밀의 열쇠다”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지난 5월 해경 본청을 조사하면서 교신 기록이 저장된 하드디스크 3개를 복사한 뒤 밀봉해놓고 왔다. 삭제나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세월호 진상 규명의 한 축이 구조 실패 원인 규명이라면 다른 한 축은 침몰 원인 규명이다.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가장 중요한 증거는 ‘세월호’ 선박 그 자체다. 특조위의 한 조사관은 “세월호 인양 전에 자료나 증인을 통한 조사는 사전조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침몰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선체 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법원도 선체 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검찰은 세월호 항해사와 조타수에 대해 조타 미숙에 따른 급변침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업무상과실 선박매몰죄로 기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고법은 선박의 기계적 결함이 의심된다며 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대법원도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시사IN 신선영9월21일 세월호 유가족 등이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세월호 인양 작업은 7월에서 8월, 다시 9월 말로 연기됐다. 9월23일 해수부 관계자는 “선미 리프팅빔 설치 작업이 지연되어 10월 중순 이후에나 세월호가 인양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강제한 일정대로라면 특조위는 인양된 배를 조사하지도 못한 채 끝난다. 특조위는 국회에 두 번이나 특검을 요청했다. 19대 국회 때도 법사위에 계류되다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원내대표단은 8월부터 세월호 선체 조사 기간과 조사 주체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특조위에 예산이 배정된 2015년 8월을 특조위 활동 시작 시점으로 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반대에 막혀 소관 상임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재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국회선진화법 아래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여당과 협의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애가 탄다. 4·16 가족협의회와 4·16 연대는 9월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특검 통과를 요구했다. 세월호 유족 권미화씨는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권씨는 “언제까지 우리가 거리에서 이래야 하나 싶어 눈물이 났다”라고 말했다. 10월1일은 세월호 참사 900일이 되는 날이다. 유가족들은 다시 광화문광장에 모인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