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는 고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이다. 최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 ‘비선 논란’ 역사의 뿌리다. 최씨 일가와 구설수로 얽힌 박 대통령의 시간은 무려 40년이다. 박 대통령 정치 인생의 그림자를 조망할 때 곧잘 그들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

최태민 목사와 박 대통령의 인연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영수 여사가 숨진 이듬해다. 최태민씨는 당시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하던 박근혜에게 위로 편지를 보낸 뒤 만났다. 그렇게 박근혜를 접촉한 최태민 목사는 같은 해 4월 대한구국선교단(이후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으로 개칭) 총재를 맡았다. 그는 박근혜를 명예 총재로 앉히는 등 빠르게 박 대통령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최 목사가 큰 영애를 등에 업고 전횡을 저지른다는 소문이 났다.

ⓒ동아일보1977년 3월 대한구국봉사단이 세운 경로병원 개원식에서 최태민 목사(왼쪽)와 함께 서서 테이프를 자르고 있는 박근혜양.
2007년 한나라당에서 공식적으로 치른 대선 예비후보 검증 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최태민씨는 이름이 7개, 결혼도 6번, 한때 성당에서 영세까지 받았다. 당시 중앙정보부 조사에 따르면 최씨는 ‘공사 수주’ ‘장군 승진’ ‘국회의원 공천’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포착됐다. 또 (박근혜) 후보 이름을 팔아 돈을 부정하게 빼돌렸다고 포착됐다. 비리 건수가 40여 건이다.” 이에 대해 당시 박근혜 후보는 지금과 똑같이 “실체가 없이 끝난 일이다”라며 최 목사를 감쌌다.

1980년대 청와대를 나온 야인 박근혜씨 옆을 최태민·최순실 부녀가 지켰다는 이야기는 정치권에 정설처럼 굳어 있다. 실제로 최씨 부녀는 육영재단 전횡을 일삼는다며 재단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최 목사는 1994년 노환으로 숨졌지만, 최순실씨는 그녀의 곁에 머물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재·보궐 선거로 정치권에 입문한 다음부터 최순실씨의 남편인 정윤회씨가 보좌관 구실을 했다.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 의원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자 정윤회씨는 ‘비서실장’ 직함을 달며 공개적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7년 경선 이후 정윤회씨는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그가 모습을 감추자 오히려 정윤회·최순실씨 이름 앞에는 ‘비선 실세’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기자명 김은지·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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