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때문에 주저하다가도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한 것은 이 책이 1차 세계대전 때부터 독일 통일 때까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피와 살을 가진 캐릭터들이 당대 역사를 어떻게 관통했는지 좇다 보면 근·현대사에 대해 좀 더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랄까. 기자 출신인 저자가 글을 쓴 뒤, 세부 전공이 다른 역사학자 여덟 명의 감수를 거쳤다고 하니 더욱 신뢰가 갔다. 드디어 추석 연휴에 펼쳐 들었다.
잉글랜드, 웨일스, 독일, 러시아, 미국에 사는 다섯 가족의 삶이 얽히고설킨다. 영국 탄광에서의 소년 노동, 여성참정권 운동, 솜 강 전투 같은 1차 세계대전의 비참함 등 당대의 풍경이 역사적 사실과 어우러진다. 실존인물과 소설 속 허구인물이 절묘하게 만난다. 책을 읽다가 인물에 대해 더 궁금해져 중간중간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같은 인물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곤 했다. 등장하는 가족들이 세대를 이어가며 교차하는 장면이 언뜻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읽는 재미’ 또한 분명하다. ‘장대한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권한다. 참고로 〈거인들의 몰락〉은 미국 ABC 방송사에서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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