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문경수 지음, 마음산책 펴냄캥거루와 에뮤, 딩고가 뛰어노는 목초지, 200㎞ 이상 이어지는 황금빛 산맥, 바다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검붉은 지각, 흰개미 집이 펼쳐진 사막, 모래바람이 부는 인도양….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풍경이 날마다 발견되는 서호주(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영화 〈마션〉의 최초 촬영지였던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화성과 유사한 환경을 가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과학탐험가인 저자는 국내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물학자들과 세 차례에 걸쳐 서호주 탐사를 떠났다.저자는 알 수 없는 황량함에 이끌려 이곳에 갔다고 고백한다. 평범한 여행사 직원이던 그가 과학탐험가로 발돋움한 여정까지 담겨 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케이시 윅스 지음, 제현주 옮김 동녘 펴냄생계유지를 위해 꼭 임금노동을 해야만 할까? 책은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임금노동이 좋은 것인지, 오래 또 열심히 일해야 하고, 심지어 즐기기까지 하면서 삶의 대부분을 돈을 벌기 위해 써야 하는지 묻는다. 책은, 일을 둘러싼 담론 구도는 ‘일 대 일’이 아니라 ‘일 대 삶’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는 임금노동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선한 것이라는 데 반기를 든다. 노동조건의 개선과 무급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며 싸워온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 등 진보적 정치 운동마저도 노동을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활동으로 받아들였던 것을 비판한다. 노동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도발적인 해방을 그렸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한연 옮김, 민음사 펴냄‘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도발적인 서문 제목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경제성장이 멈추고 사회안전망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청년은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포기했다. 꽉 막힌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결론은 불 보듯 뻔하다. 망한다. 저자는 그동안 국가가 출산과 육아 그리고 복지의 책임을 가족, 특히 여성에게 전가해왔다고 지적한다. 저출산·고령화를 타개할 방법은 국가의 개입이다. 여성에게 사회활동의 폭을 개방하고, 출산과 육아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여건을 마련하면 이 문제는 저절로 해소된다. 이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도모하는 방법이 ‘보육원 의무교육화’다.

혁명하는 여자들조애나 러스 외 지음, 신해경 옮김, 아작 펴냄SF 소설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편집팀으로,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한 앤 밴더미어와 제프 밴더미어 부부가 선정하고 구성한 ‘페미니즘 SF 선집’이 출간됐다. SF 소설의 페미니즘 르네상스를 이끌어온 전 세계 여성 작가들의 작품 15편이 실렸다.한때 남성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SF 소설계는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적대적이었다. 냉혹하고 융통성 없는 여성들이 권력을 장악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들이나, 여성을 무지하고 철없는 사고뭉치로 그리며 조롱하는 여성혐오 작품들이 홍수를 이뤘다. 그 안에서 여성 작가들은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하고 논쟁을 벌이며 환경을 바꿔나갔다. 지난 50여 년 동안의 결과물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버려진 개들의 언덕류커샹 지음, 남혜선 옮김, 책공장더불어 펴냄 버려진 개들은 어디를 가나 오해받고 위협을 당한다. 버려진 개들에게는 살 권리가 없었다. 그들이 야생에서 자연 발생했나? 아니다. 도시에서 버림받고 막다른 길에 이르렀을 뿐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개를 잡아 죽이지만 개들은 계속해서 버려지고 끊임없이 새로 태어난다. 자연·생태 문학가인 저자는 우연히 2년 동안 유기견 12마리를 관찰하게 되었다. 가까이 지내거나 그들의 삶에 관여하지 않은 ‘연구자’의 태도를 취한다. 인간 중심의 도시에서 쉽게 버려지고 아무렇지 않게 폭력 대상이 되는 개들의 삶이 생생하다. 출판사는 독자가 책을 구입할 때마다 사흘치 식량인 300g의 사료를 적립해,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할 예정이다.

천천히, 스미는조지 오웰 외 지음, 강경이 옮김 봄날의책 펴냄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창작된 영어 산문을 골라 엮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제임스 에이지·버지니아 울프·조지 오웰·마크 트웨인·리처드 라이트 등 영국·미국 작가 25인이 쓴 산문 32편.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작가와 글의 편수만큼이나 다양한 주제의 글이 섬세한 문장 안에 담겼다. 작품이 싹튼 토양을 엿볼 수 있는 글도 여러 편이다.옮긴이는 산문 32편 중 제임스 에이지의 〈녹스빌:1915년 여름〉과 찰스 디킨스의 〈덜보로우 타운〉을 가장 아름다운 산문으로 꼽는다. 그중 제임스 에이지의 작품은 여섯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함께 보낸 마지막 여름의 소리를 담은 글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