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한 명당 보좌 인력은 9명이다. 국회의원은 정무·정책 개발·지역 활동 등에서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면 서울시의원 같은 지방의원의 보좌 인력은 몇 명일까? 0명이다. 의원 혼자서 (조례) 입법,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를 감당해야 한다. 가령 서울시의회가 심의·의결하는 서울시 관련 예산·기금 규모가 약 38조원인데, 시의원 1인당 약 3585억원 이상의 예산을 혼자 힘으로 심의해야 한다.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59)은 “지방의원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방행정 수요가 커졌다”라고 말한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서 지방의회에 정책 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게 하자는 게 양 의장의 주장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지방의회 정책보좌관제다.

광역 단위 지방의회에 정책보좌관제를 도입하려면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다. 18대 국회 때부터 관련 개정안이 제출되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는 정책 지원 전문인력 도입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당시 정청래 의원 대표 발의)이 소관 상임위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새누리당이 소극적 태도를 보여 문턱을 넘지 못했고, 19대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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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논의사항을 살펴보면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고 정책 지원 전문인력의 지원을 받으면 의정에 도움이 된다’는 데는 국회의원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국민의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방의회 정책보좌관이 결국 지방의원의 개인 비서화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양준욱 의장도 이런 우려에 대해 “시민들이 감시하는데 어떻게 정책 지원 인력을 개인 비서로 쓰겠는가. 뉴욕·런던·베를린 등 주요 도시의 지방의회에서도 정책 보좌 인력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책보좌관제 도입과 관련해 비용 문제는 어떨까. 예를 들어 서울시의회에서 시의원 106명 기준으로 개인당 보좌관 1인이 배치되면 소요 예산은 36억원(일반직 7급 기준)가량이다. 양 의장은 “서울시의회가 심의·의결하는 예산 규모가 38조원이다. 시의회 역량이 강화돼 선심성·전시성 예산 등을 철저히 검증해 1%만 절감해도 3800억원의 주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36억원을 들여 3800억원을 경감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시민에게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20대 국회에서도 다시 논의되리라 보인다. 7월14일 시·도 의회에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추미애 의원 대표 발의)이 발의된 상태다. 양준욱 의장도 정세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양 의장은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시범의회를 선정해 일정 기간 진행 상황을 살펴본 뒤 전체 17개 시·도 의회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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