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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불평등존 C. 머터 지음, 장상미 옮김, 동녘 펴냄“각 집단이 재난을 활용하는 방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왜 같은 수준의 재난을 당해도 어떤 사회는 재건하는 데 1년이 채 안 걸리고 어떤 사회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 걸까. 자연과학자인 저자는 1차적으로 자연과학의 관점으로, 2차적으로는 사회과학의 관점으로 자연현상이 어떻게 사회문제가 되는지를 밝혀낸다.재난은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만 자연적이다.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사회적이다. 대다수는 자연의 심술이 아니라 사회 부조리와 인간의 탐욕으로 죽는다. 언론의 관심이 식고 활동가들이 모두 떠나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상황이 되면, 재난은 빈곤층의 희생을 통해 엘리트들을 배불리는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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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로 이펙트질리언 테트 지음, 신예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제도 속에서 좀 느긋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사일로’는 주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부서 이기주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스스로 만든 관료제나 부서 체계에 생각과 행동이 갇혀버리는 현상이나 심리 상태를 일컬을 때 쓴다. 사일로에 갇혀버리면 세계 최고의 천재들도 엉터리 결론을 내리거나 상황 변화에 속수무책이 된다.저자는 우리가 왜 사일로에 갇히는지, 어떻게 해야 사일로를 통제하고 활용할지 현장감 넘치는 문장으로 묘사한다. 사일로에 갇혀 추락한 전자회사 소니부터 사일로의 속성을 파악하고 성공적으로 활용해온 페이스북까지 일주한 테트의 결론은 명쾌하다. 점을 선으로 이어라! 칸막이 안의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데 성공할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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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 사이다네하시 고쓰 지음, 오숙은 옮김, 열린책들 펴냄“이것이 네가 사는 세상이다. 너는 이 모든 것 안에서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여전히 많은 흑인들이 보이지 않는 차별에 억압받는다. 또 공권력에 의해 터무니없이 많은 수가 살해당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저자는 이와 같은 차별 뒤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묻는다. 도대체 미국에게 흑인은 무엇인가? 저자는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지는 흑인 살해를 단순히 몇몇 인종주의자의 돌발 행동이나 KKK단과 같은 광기 어린 집단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노예제를 통해 부를 일군 미국의 역사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애초에 미국에서 흑인은 한 번도 국민이었던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이야기하는 문장은 없다. 궁극적으로 ‘내’가 아닌 ‘그들’ 스스로가 이 차별을 멈추어야 끝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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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김미덕 지음, 현실문화 펴냄“페미니즘은 사회를 근본적으로 달리 보는 틀이자 우리 삶에 대한 앎이다.”

흔히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나 젠더 문제만을 다룬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사회정의와 인권 문제를 들여다보는 데 매우 유익한 논의의 틀을 제공한다. 페미니즘은 인종·국가·민족·계급 등의 구분에서 기인하는 일상적이고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며, 또 그것을 교정해 더욱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려 하기 때문이다. 공감 전략의 한계를 다루는 부분은 흥미롭다. 사상뿐 아니라 경험적 사례 연구를 활용하고,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질문을 받고 논쟁이 되는 부분, 페미니즘 공동체에서 더욱 명확히 해야 할 쟁점에도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남성은 가해자이고 여성은 피해자라는 기존 도식의 한계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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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인간관계는 시작된다다카노 마사지 지음, 김현화 옮김, 가나출판사 펴냄“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는 편안한 느낌과 동떨어져 있다.”

불편하거나 싫은 사람과 원만히 지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을 관찰하고, 장점을 찾아보고, 좋아하려 애쓴다.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이 타인에게 맞춘다. 희생이다. 책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무리하면서까지 타인과 잘 지내야 하나?” 20년 경력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타인에게만 맞춘 소통 방식이 자신의 마음에 하중을 가한다고 지적한다. 자신을 주연으로 삼고 ‘상대보다 스스로에게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안하무인을 권하는 책은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관심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본인의 감정·취향·신념을 직시해야 타인과 소통하기도 쉽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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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속삭임칼 세이건·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 외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지구의 인사를 담은 레코드판은 언제까지나 꿋꿋하게 우주를 항해할 것이다.”

1977년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가 발사됐다.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태양계를 벗어났다. 40년째 우주를 여행 중인 두 탐사선에는 지름 약 30㎝의 금박을 씌운 LP 레코드판, ‘골든 레코드’가 붙어 있다. 외계 문명에게 보내는 지구의 메시지다. 음악 27곡,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소리 19개, 사진 118장이 수록되었다. 책은 골든 레코드 제작에 직접 참여한 관리자 6명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엮었다. 이들이 레코드판 한 장에 인류와 지구를 담기 위해 파도 소리와 고래들의 노랫소리, 아이들 사진, 과학 지식과 바흐의 음악을 고심해 고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우주의 한 점인 우리 문명을 돌아보게 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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