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6일은 내게도 특별한 날이다. 어떤 분처럼 나라를 구하겠다며 한강 다리를 건넌 날은 아니다. 편집국장 임기를 시작한 날이다. 벌써 넉 달이 지났는데, 나흘처럼 짧게만 느껴진다. 〈시사IN〉은 독립 언론이다. 국장 선임 절차도 독특하다. 지면에 관계하는 이들이 ‘교황 선출 방식’으로 예비 투표를 한다. 그 가운데 유효 득표를 얻으면 후보 자격이 주어지고 정견을 발표한 뒤 투표를 거친다. 국장이 될 때 두 가지 메시지를 구성원들과 공유했다. 첫 번째는 ‘프린트 미디어 퍼스트’였다. 〈시사IN〉의 수익 구조상 ‘정기 구독자’ 비중이 크기에 지면을 강화하고 개편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디지털 흐름도 무시할 수는 없어서 ‘디지털 세컨드’ 전략을 유지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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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넉 달 동안 지면 개편과 모바일 개편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 창간 9주년 기념호이자 추석 합병호이다. 모바일 페이지와 홈페이지 개편도 이뤄졌다. 손볼 곳이 적지 않아서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지면 개편으로 여러 연재가 새로 선보인다. 먼저 탐사보도 전문 정희상 기자가 인사이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 기자는 주로 현대사와 관련한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희상의 인사이드’ 인터뷰가 자리를 잡으면, 인터뷰 자리에 독자들도 초청할 예정이다.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김영미 PD의 ‘테러의 기원을 찾아서’ 연재는 4회째를 맞았다. 벌써 이 지면에 대한 독자들의 호평이 들려온다. 테러의 일상화를 부른 IS에 대해 김 PD가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의 ‘백년 목’ 연재는 당장 나부터 밑줄 치며 읽었다. 책 〈백년 허리〉로 유명한 정 교수가 목에 대한 건강법을 특유의 필력으로 전한다. 앞으로 이 지면을 읽고 10분만 투자해 그대로 따라 해보시기를 권한다.

‘그림의 영토’는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한 컷 그림책’의 시즌 2에 해당한다. 그림책뿐 아니라 만화, 그래픽노블도 소개한다. 이 지면의 생명은 그림이다. 그림을 10초만 먼저 본 뒤 기사를 읽어주시라. 이승한 칼럼니스트의 ‘TV 데모크라시’는 이번에 김수현 작가 드라마를 담았다. 일상적으로 즐기는 TV 콘텐츠를 그의 시각으로 요리조리 재단할 것이다. 고딩 때 내 방에 ‘보랏빛 향기’가 나는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려 있었다. 멜빵 청바지를 입고 고개를 45°로 기울이며 미소를 짓고 있는 강수지 ‘누나’였다. 아련한 추억이 ‘덕후의 달력’을 읽으며 떠올랐다. 이 연재를 읽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통과한 ‘덕질’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새로 연재가 시작하면 끝나는 연재도 적지 않다. 원고를 받아본 이들은 알 텐데, 필자에게 연재를 중단한다고 전할 때 가장 어렵다. 이 지면을 빌려 그동안 좋은 글로 지면을 빛내준 필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그러고 보니 ‘편집국장 브리핑’도 ‘편집국장의 편지’로 바뀌었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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