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지난 8월14일 갤럭시 노트7을 예약 구매했다. 갤럭시 노트7 폭발 사례가 처음 나온 것은 8월24일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새벽에 타는 냄새와 연기, ‘펑’ 소리에 깼다고 한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본체가 절반 가까이 녹은 갤럭시 노트7 사진 석 장도 함께 올라왔다. 기자는 이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의 최신 제품이 출시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폭발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려웠다. 내 폰도 멀쩡했다.

비슷한 폭발 사례가 연거푸 나오면서 문제는 커졌다. 8월29일부터 31일까지 갤럭시 노트7 여섯 대가 더 폭발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서 퍼졌다. 폭발 당시 상황도 다양했다. 정품 충전기를 썼는데도 폭발했고, 충전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터졌다. 일부 사용자는 화상을 입었다. 폭발한 갤럭시 노트7을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린 해외 구매자도 있었다. 제조사 삼성전자와 갤럭시 노트7 배터리 공급업체인 삼성SDI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결국 삼성전자는 8월31일 이동통신 3사에 갤럭시 노트7 공급을 중단했다. 이틀 뒤인 9월2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자체 조사 결과와 전량 리콜 조치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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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9월2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 노트7 전량 리콜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갤럭시 노트7 1000만 대 이상 판매 못할 것”

실제 폭발 사고는 인터넷에 알려진 사례보다 더 많았다. 고 사장은 “9월1일까지 국내외에서 총 35건이 (폭발 문제로) 서비스센터에 접수됐다. 100만 대 중 24개 불량인 수준이다”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9월19일부터 신제품으로 바꿔주거나 이동통신사와 협의 후 환불, 신제품 교체까지 임대 휴대전화 지급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국내 언론은 삼성의 ‘통 큰 결단’을 일제히 보도했다. ‘리콜 비용으로 2조원 넘게 감수했다’ ‘타 기업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 임직원들이 내부 인트라넷에 전량 리콜을 호소했다’는 내용도 보도되었다. 그러나 삼성의 전량 리콜 조치로 악재가 호재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적지 않다. 배터리 관련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외부 충격도 없이 휴대전화가 저절로 폭발하는 사례는 대단히 드물다. 전량 리콜만으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너무 치명적 문제가 터졌다”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 역시 국내 언론과 달리 삼성의 리콜 조치보다 근본 원인인 폭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문제의 본질(폭발)을 따져보면 갤럭시 노트7의 이번 리콜 사태는 삼성의 평판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휴대전화 폭발이 35건이나 일어난 것은 말이 안 된다”라는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했다. 다수 외신은 “(전작들과 달리) 갤럭시 노트7은 1000만 대 이상 판매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전량 리콜 발표 다음 날인 9월3일, 갤럭시 노트7을 들고 삼성서비스센터에 갔다. 오전 이른 시간인데도 서비스센터는 붐볐다. 배터리 점검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검사가 간단해 오히려 불안했다. 삼성전자 고객센터에 배터리 테스트에 대해 문의하자 “(배터리) 테스트를 거치면 안전하다”라고 답했다.
기자가 가입한 이동통신사는 9월6일 ‘갤럭시 노트7 교환 안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구입한 갤럭시 노트7을 삼성의 다른 기종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려면 9월19일 이전에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서비스센터 검사에서 ‘양품’ 판정을 받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을 침대 멀리에서 충전하면서 교체 여부를 생각해볼 예정이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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