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씨(56)는 사드 배치 결정 초기 종편과 보수 언론의 집중포화에 시달렸다. 지난 7월25일 중국 〈인민일보〉 ‘국제 논단’ 코너에 실린 기고문이 발단이었다. ‘우리는 사드 배치에 결연히 항의한다’는 제목의 글은 실효성·안전성·책임성 등 여섯 가지 이유를 들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했다.

사실 이 기고문은 김씨가 직접 쓴 글은 아니다. 성주에 취재 왔던 〈인민일보〉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사드 반대 기고문’ 형식으로 편집해 게재한 것이다. 김씨는 “〈인민일보〉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실어도 되느냐고 묻길래 허락했다. 사드는 한반도 전쟁을 부추긴다고 생각했다. 북핵을 막으려면 사드를 배치할 게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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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참여정부 비서관 출신인 김충환씨는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자주 마이크를 잡는다.
김충환씨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을 지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3년6개월을 일한 뒤 2009년 고향 성주군 수륜면 적송리로 돌아왔다. 고향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노 대통령이 세상을 떴다. 그는 외딴 산골에 집을 짓고 논밭을 일구었다. 성주의 역사와 문화, 지리를 소개하는 책 〈성주 기행〉도 올해 출간할 예정이다. 김씨는 “쌍충사적비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나 무흘구곡 같은 절경을 소개해 성주를 답사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는 책을 내려 했는데, 요즘에는 그보다 ‘촛불집회 체험관광’ 오라고 홍보를 많이 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꾸준히 촛불집회에 참여해온 그는, 성주군수가 제3후보지 검토를 요청한 8월22일 뒤 집회에서 자주 마이크를 잡고 있다. 김씨는 “국방부는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더니 이제는 골프장이 최적지라고 한다. 투쟁위가 제3후보지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순간 투쟁위는 동력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성주에서 사드 배치를 막아내면 한반도에서도 막아내는 것이다. 성주가 곧 대한민국이다”라고 주장했다.

성주군수의 제3후보지 수용 발표 이후에도 주민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8월27일 성주 주민들은 ‘평화의 인간 띠 잇기’를 했다. ‘사드 결사반대’ 피켓을 마주잡은 주민 3000여 명이 성산포대부터 군청까지 2.5㎞ 인간 띠를 연결한 것이다. 인간 띠 잇기 참가자들은 최근 ‘평화나비광장’으로 명명된 군청 마당으로 이동해 촛불을 들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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