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발표 뒤 외신 기자들의 취재가 활발해졌다. 〈인민일보(런민르바오)〉 ·CCTV 등 중국 언론사, CNN 같은 미국 방송사, AP·로이터 등 통신사만이 아니라, 체코 국영방송인 체코TV 기자들도 취재에 나섰다(체코는 2006년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려다 시민사회와 야당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주로 한국 특파원인 이들은 서울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경북 성주군을 찾아 현장을 담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외신이 있다.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다. 프레스TV는 사드 반대 운동을 가장 활발하게 보도하는 외신 중 한 곳이다. 프레스TV는 이란국영방송(IRIB)이 2007년 만든 위성 뉴스 채널로 24시간 영어 뉴스를 내보낸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아프가니스탄·인도 등 세계 20여 개국에 특파원을 두고 있다. 캐나다인인 프랭크 스미스 기자는 2007년부터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프레스TV는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나 대안적인 시각으로 국제 뉴스를 제공한다. CNN·BBC와 ‘다른’ 국제 뉴스를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요 시청자이다.

프레스TV 스미스 기자는 성주를 세 번이나 찾아 취재했다. 그는 “서울에서 리포팅하면 현장감이 떨어진다. 더 깊이 이해하고 기사를 쓰고 싶었다. 차를 끌고 성주까지 가서 인터뷰하고 편집하러 다시 서울로 온다. 이걸 반복했다. 피곤하지만 현장에 다녀오면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통역과 함께 취재에 나선 경우는 한 번, 나머지 두 번은 혼자 갔다. 질문을 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은 되지만, 대답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혼자 취재 갔을 때는 녹음을 해서 나중에 번역한다. 스미스 기자는 “한국어를 잘하고 싶다. 언젠간 한국어로 인터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이란 프레스TV의 프랭크 스미스 기자(위)는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드 기지 배치 문제를 보도하고 있다.
그는 김천시 인근 롯데스카이힐 성주CC 골프장이 제3후보지로 떠오른 뒤에는 8월24일 김천에서 열린 김천시민 사드 반대 궐기대회도 취재했다. 앞서 지난 7월13일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 공원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군민 궐기대회를 취재한 스미스 기자는 “성주가 작은 마을이라고 들었는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놀랐다. 성밖숲 공원에 다다르자 교통체증이 생겨 옆길로 돌아가야 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7월13일 사드 성주 배치를 발표하던 날, 그는 속보를 전했다. 프레스TV는 이날 주요 뉴스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 보도에 이어 한국의 사드 배치를 전했다. 테헤란 본사는 스미스 기자와 영상통화를 했다. 속보 형식의 영상통화에서 스미스 기자는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는 2500만명이 사는 서울과 수도권을 방어하지 못하며 대신 서울에서 (평택으로) 이전할 주한 미군 기지는 보호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는 8월11일 군청 앞 촛불집회도 취재했다. 또 이날 사드 반대 백악관 청원운동이 목표인 10만명 서명을 달성했다는 뉴스도 성주 현장에서 전달했다. 이날 스미스 기자는 “긴장감은 있지만 성주는 활기를 띠고 있다. 밤마다 열리는 소풍 같은 집회(nightly picnic protest) 덕분이다”라고 성주의 분위기를 묘사했다.

한국 사드 배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란 방송이 성주까지 찾아간 까닭은 무엇일까. 스미스 기자는 “지난해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했지만, 오랫동안 이란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도전을 받아왔다. 이란은 미국의 국제 정책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인해 한때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됐던 이란은 지난해 7월, 미국과 협상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합의한 바 있다. 그는 “한국에서 미국의 전략과 영향력이 내 취재 분야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드 배치 이전에는 제주 해군기지, 경기도 화성 매향리 사격장 등 주한 미군 주둔이 해당 지역과 한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취재해왔다.

사드 기지, “없는 것보다 더 못하다”

프레스TV는 8월26일에도 서울을 비롯해 전국 50개 도시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를 잇달아 보도했다.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한 견해를 묻자, 스미스 기자는 “없는 것보다 더 못하다(It’s worse than useless)”라고 답했다. 그는 수백 기의 북한 미사일을 48발짜리 사드로 방어하기는 불가능하며,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이 한국·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았다.

그도 제3후보지를 둘러싼 논란을 잘 알고 있다. “성주 주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걸 안다. 하지만 이제 김천 시민들도 반대에 나섰고, 쉽게 배치하지는 못할 거다. 한국 정부가 좋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스미스 기자는 누군가 성주 투쟁을 다큐멘터리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하고 싶지만 여력이 안 된다. 한국의 작은 마을들을 여럿 가봤지만 성주는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부 결정에 대한 주민들의 반론이 정직하다. 집회에서 주민들이 나와 발언을 하는데 인상적이었다. 주민들 스스로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성주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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