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로 진출한 한국계 대기업 코린도그룹이 열대우림 파괴로 인해 세계 최대 팜유 유통업체와 거래가 정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NDPE(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산림 파괴·이탄습지 파괴·주민 착취 없는 팜유 생산) 정책을 지키지 않아 업계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다.

미국 환경단체 마이티(Mighty)는 8월29일 코린도그룹의 열대우림 파괴와 관련한 최신 보고서를 〈시사IN〉에 제공했다. 보고서에는 “세계 최대 팜유 취급 업체인 윌마(Wilmar)는 지난 7월에, 무심마스(Musim Mas)는 지난 8월에 코린도그룹과 거래를 중단했다. 여러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산림 파괴·이탄습지 파괴·주민 착취 금지(NDPE) 정책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윌마는 2013년 12월5일 팜유 업계 최초로 NDPE 정책을 도입했다. 윌마 본사와 자회사가 취급하는 모든 팜유는 열대우림 파괴나 인근 주민들에게 인권침해를 하지 않고 생산되어야 한다. 팜유 생산에 따른 환경파괴 논란이 일자, 기업 스스로 지속 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윌마가 직접 생산하는 팜유뿐만 아니라 윌마가 다른 회사로부터 구매한 팜유에도 NDPE 정책이 적용된다. 심지어 팜유 생산 회사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개발 허가를 받은 토지라 할지라도 열대우림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무심마스 역시 2014년 12월 같은 정책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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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hty 제공 시민단체 마이티가 드론으로 촬영한 코린도그룹 소유 농장 PT PAL의 모습.
대기업들이 앞장서자 업계가 뒤따랐다. 2015년 NDPE 정책을 채택한 기업들의 세계 팜유 거래량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글로벌 환경 연구 비영리 자문회사인 에이드인바이런먼트는 “이 기업들은 NDPE를 지키지 않는 공급자들과 거래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 결국 공급자들이 NDPE 기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가장 큰 고객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린도그룹이 바로 이런 사례가 되었다. 코린도그룹은 윌마·무심마스와 거래가 중단되자, 팜유를 생산하기 위한 일부 농장의 개발을 중단시켰다. 파푸아 섬에 위치한 PT(유한회사) TSE(Tunas Sawa Erma) 농장은 8월9일부터 3개월 동안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코린도그룹 자회사 PT TSE는 지역 신문에 성명을 발표해 “이 기간에 시민단체들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종합적인 NDPE 정책을 수립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푸아 섬에 있는 PT TSE의 구역에는 2016년 5월 기준으로 약 2만5000㏊의 일차림(사람 손이 한 번도 닿지 않은 숲)과 이차림이 남아 있다. PT TSE가 개발 중단을 선언해 이 숲은 3개월간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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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도그룹은 〈시사IN〉에 ‘2015년은 가뭄으로 자연발생 화재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곳에는 농장이 들어섰고, 농장이 조성된 뒤에는 화재가 거의 없었다.
화재가 난 뒤엔 코린도그룹의 농장이 들어섰다

파푸아 섬은 인도네시아에서 인간의 손이 닿은 적 없는 천연 열대우림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이다.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의 동식물 중 50% 이상이 파푸아에서 서식한다. 최근 5년간 파푸아의 열대우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대신 팜 야자 농장이 대지를 채웠다. 코린도그룹이 파푸아 섬에서 가장 많은 팜 야자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렇게 농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숲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고의적으로 방화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이티는 지난 5월 에이드인바이런먼트가 작성한 보고서를 분석해 미국 항공우주국 위성사진에 포착된 코린도그룹 소유 농장 내 화재의 양상이 농장 확장 상황과 일치한다고 밝혔다(〈시사IN〉 제454호 해외 친환경 자원개발 코린도의 두 얼굴 기사 참조). 예를 들어 파푸아 섬에 있는 코린도그룹의 PT BCA(Berkat Cipta Abadi)는 2013년에서 2014년 사이에 개발이 완료됐다. 그러자 2015년에는 화재가 단 한 건밖에 포착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마이티는 보고서에서 2013년에는 코린도그룹 소유 농장 2개가 열대우림을 없애는 중이었고, 2014년에는 3개, 2015년에는 4개였는데 이는 빈번한 화재가 발견되는 농장과 일치한다면서 “화재와 농장 개발이 강한 연관성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현지 주민들도 코린도그룹의 산림 파괴에 항의했다. 9월1일 마이티는 인도네시아 원주민 인권단체 푸사카(PUSAKA), 파푸아 섬 메라우케 지역 인권단체인 천주교구 메라우케 정의와 평화 사무국(SKP-KAMe)과 함께 코린도그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셀 아모 SKP-KAMe 사무국장은 “열대우림은 파푸아의 삶과 문화 그 자체다. 짧은 몇 년 사이 코린도그룹은 우리 조상들이 집이라 불렀던 숲을 파괴했다. 그 숲은 우리에게 음식, 거처, 깨끗한 물을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코린도그룹은 보고서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코린도그룹은 〈시사IN〉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사의 모든 팜유 농장에서 방화를 통한 농장 개발을 하지 않았으며, 인도네시아 정부 규정을 준수해 적절한 중장비를 사용하여 농장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코린도그룹은 “NDPE라는 용어를 쓴 정책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을 뿐, 이는 정부 규정에 모두 녹아들어가 있다. PT TSE가 3개월간 작업을 중단한 것은 이미 준수하고 실행 중인 행동양식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윌마와 무심마스 등 주요 거래처로부터 구매 중단 통보도 받지 않았다”라고 코린도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마이티 활동가 버스타 마이타 씨는 “9월1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코린도그룹 직원 3명이 왔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불을 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자신들만 지목당했다는 점에 대해 불평했다”라고 말했다. 윌마와 무심마스 역시 거래 중단을 인정했다. 영국 기후변화 전문 매체 〈클라이메이트홈〉은 9월2일 윌마 대변인을 인용해 “코린도그룹의 개선 노력이 부족해 거래를 중단했다”라고 보도했다. 무심마스 대변인 역시 “우리는 실질적인 결과가 있어야만 (거래 중단) 상황을 전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파푸아 섬 주민이기도 한 마이타 씨는 “코린도는 스스로 녹색 기업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 땅에서 일어나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 코린도그룹 때문에 한국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잘못된 비즈니스와 연관되지 않도록 한국인들이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환경단체 마이티는 9월7일 방한해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코린도그룹 등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파괴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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