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하고 나약하고 볼품없는 만화 속 주인공들
권씨의 작품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만화가가 된 것이다. 그의 만화에는 멋있는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 대신, ‘지질하고 나약하고 볼품없는’ 내가 나온다. 그의 만화책 〈영순이 내 사랑〉(새만화책 펴냄)과 〈예쁜 여자〉(미메시스 펴냄) 주인공들은 너무 솔직해서 짠하기까지 하다. 원고료 5만원만 올려달라며 출판사에 전화를 거는가 하면, 술집에서 만난 여자가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며칠 밤을 뒤척이는 식이다. “흥미롭게도 먼저 한 꺼풀 벗기고 맨얼굴로 이야기하다 보면 다른 이들도 가면을 슬슬 벗기 시작하더라.” 이 때문에 권씨의 만화는 눈으로 쓱 훑기보다 차분히 읽는 게 어울린다. 작품을 음미하면서 독자는 감정이 변화하는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창작자 권씨와 독자가 동등해지는 순간이다.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동아시아 펴냄)는 권씨가 낸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수년간 페이스북에 기록한 일상을 담았다. 집안일을 하고 아들 지홍군과 논, 소소한 이야기를 주야장천 썼다. 권씨는 “‘아무것도 안 남기고 죽을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제때 죽지 못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재능이나 능력이 아니라 몸으로 때우면서 어떻게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권씨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왕이면 있는 그대로 나누고 싶다. 그거보다 재밌는 일이 세상에 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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