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모두 참여했다. 한국 국제정치학의 권위자인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통일준비위원회(외교·안보 분야 민간위원)에 참여해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통일준비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에 가깝다.

문정인 교수가 보는, 사드 배치를 주도한 세력은 누굴까? 한·미 양국 정부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양국 정부 안팎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문정인 교수를 만났다.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는 이유와 관련해 전문가 시각이 나뉘는 것 같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MD(미사일 방어체계)의 일환 또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 그리고 록히드마틴 등 미국 군산복합체의 재고 무기 처리라는 시각 등이 대표적이다. 어떻게 볼 수 있을까?군산복합체와 태평양 사령부 산하 현지 미군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것이 일차적이라고 본다. 록히드마틴이 사드를, 레이시온이 X밴드 레이더를 만들었다. 문제는 상당히 고가라는 점이다. 미국의 MD 예산 자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F35처럼 수요가 많아져야 생산단가가 떨어져 군산복합체가 먹고살 수 있다. 그쪽(군산복합체 세력)에서 체계적으로 ‘푸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한 미군 사령부와 태평양 사령부는 북한의 도발로부터 주한 미군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서로의 필요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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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문정인 교수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영문 계간지 〈글로벌 아시아(Global Asia)〉 편집인. 전 동북아시대 위원회 위원장. 전 외교통상부 국제안보 대사. 1, 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전 미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평화학회 회장
미국 정부도 MD의 일환으로 사드 배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나?사드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사드 문제가 전면에 놓이지는 않았다. MD가 필요하지만 한국더러 꼭 참여하라는 건 아니었다.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간 호환성을 높이자는 얘기를 주로 했다.미사일 방어체계 간 호환성을 높이자는 얘기가 곧 사드의 한국 배치를 의미한 것은 아닌가?그건 다른 얘기다. 이 문제는 김대중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이 한국을 방문해 MD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한국에서는 MD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적실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과 외환위기로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말은 안 했지만 남북 관계나 한·중 관계 개선에 MD가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대신 우리는 한국형 MD(KMD)로 가겠다고 했다. 당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우리 입장을 수용해줬다. 한국에서는 MD 시스템으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래서 미국은 미국형 MD로 가고, 한국은 한국대로 가서 상호 호환성을 논의하자고 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패트리엇 미사일, 공중조기경계관제시스템(AWACS), 차세대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등 미국 무기를 구매하려 한 것도 유사시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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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2014년 4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연합방위 태세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2014년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MD에 대해 언급하고, 그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 반환 연기와 미사일 방어체계(MD)의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자고 한 것이 사드 도입의 실질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는데?
미국의 MD 구상 안에 사드가 들어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한국에 적실성이 있는가, 그리고 미국 대통령이나 국방장관, 국무장관이 이야기할 정도의 사안인가는 다른 문제다. 미국이 사드 문제를 대전략 차원에서 생각했다면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기체계 하나 가져다 놓는 것에 대통령이 나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국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이 고도의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아시아 전략 일환으로 사드 배치를 추진했다고 보지 않는다.

군산복합체의 로비가 작용할 수도 있지 않나?아무리 군산복합체라 해도 장관급쯤 되면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그동안 사드의 한국 배치를 적극 주장한 사람들을 보면 미국 정부의 차관보나 부차관보급이다. 그들은 나중에 방위산업체 사장이나 부사장으로 많이 간다. 그래서 그들 수준에서 사드가 이야기됐지 최고위 수준에서 논의된 건 아니라고 본다. 오바마 대통령도 MD에 대해서는 얘기했지만 사드는 거론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갔을 때도 사드 얘기가 나온다고 했는데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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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8월24일 김천시와 가까운 곳이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자 김천 시민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2014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MD의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자고 한 것도 일반론을 환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14년 12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취임할 때도 ‘우리는 한국형 MD( KMD)로 간다. 대신 호환성은 생각할 수 있다’라는 정도로 얘기했다. 2014년으로 돌아가면 미국 측 최고위급에서 사드 얘기는 거의 안 나왔다. 척 헤이글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왔을 때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2015년 4월에 애시턴 카터 신임 국방장관이 와서 한 말이다. 당시 그는 미국에서도 사드 생산 체계가 본궤도에 오른 게 아니기 때문에 사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애시턴 카터는 핵물리학자 출신으로 국방부에서 무기 획득을 담당했다. 기술적인 면을 잘 아는 사람의 발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결국 내가 볼 때는 군산복합체와 자기 영내 미군 보호 필요성을 앞세운 주한 미군 사령관 및 태평양 사령관의 요구가 일치하면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게 되었다. 그다음 이른바 싱크탱크들이 사드 도입에 관여했다.

싱크탱크들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나?미국은 하나의 큰 전략을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다. 국방부, 태평양 사령부, 그리고 싱크탱크들이 각각의 전략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벌어지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토의하고 대통령이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미국 시스템이다.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주로 많이 되었다.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전략의 핵심은 중국 견제인데, 중국 견제 핵심이 MD이다. MD가 미국과 일본만 되어 있고 한국은 빠져버리면 한·미·일 3국 공조에 구멍이 생긴다. 한국을 어떻게든 포함시켜 나가자. 한·미 양국에 공통으로 도움 되는 사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 논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원한 점도 작용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 우리 정부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인가?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 태도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미국이 사드 배치를 요청한 적도 없고 한·미가 협의한 적도 없고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는 3노(NO)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1월6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1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사드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2월2일 주한 미군 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건의하고 북한이 2월7일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니까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한다. 7월8일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다. 즉 2014년, 2015년은 미국이 사드 배치를 선호했지만 한국이 부정적 태도를 보이니까 쟁점화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1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 수준에서 사드 배치 발언이 있자, 미국이 수동적으로 응하는 것처럼 나왔다. 이것이 내가 보는 큰 그림이다.한국 정부 입장이 바뀌는 과정에 미국 측 영향은 없었나?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나 랜드연구소 등 싱크탱크가 우리한테 계속 사드 도입을 권고했다. 미국 싱크탱크들은 우리가 MD 시스템에 참여해 중국 견제가 완벽해지기를 원했다. 이런 권고가 청와대 국가안보실(NSC)에 직접 전달되었을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 배치 선언 이틀 전인 7월6일에도 올해 말에나 배치 문제가 결정될 거라고 했다. 이 발언을 보더라도 결정 과정에서 한민구 장관은 제외되었을 것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심이 되어 결정을 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강력히 원하지 않았다면 사드 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배치를 원한 결과였다면 앞으로 비용 문제가 불거질 텐데?당연하다. 재작년으로 기억되는데 미국 국방부 고위급 관리가 한국에 와서 매우 핵심적인 발언을 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잠정적으로 괌에 있는 사드를 우선 가져다 놓고 한국 정부가 획득 능력이 될 때 3포대를 공식 구매하라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사드를 전 세계 미국 동맹 국가들의 보편적 무기체계로 삼고자 하는 록히드마틴의 의중을 그대로 보여준 발언이다.

괌에 있는 사드가 주민들 저항 때문에 영구 배치된 것이 아니어서 그것이 성주로 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미국 논리대로라면 성주 사드도 한국이 3개 포대를 살 때까지만 임시로 갖다 놓겠다는 얘기 아닌가?앞으로 협상을 통해 윤곽이 나오겠지만 성주에 영구 배치하겠다는 얘기는 아직 없었다. 미국이 2년 전에 한 얘기는 앞으로 한국더러 3개 포대를 사라는 얘기다. 언론이 왜 그 점에 주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사드 한 포대가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인데, 차세대 전투기 사업 예산이 8조원이다. 우리 공군 전체 예산하고 맞먹는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나.

중국은 사드 레이더로 인해 미국과의 전략 균형이 무너진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사드로 인해 전략 균형이 무너진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전진 배치된 핵무기가 500개가 넘는 데 비해 중국은 전체 해봐야 300개, 그것도 실전 배치도 안 되어 있다. 핵능력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위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주한 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타깃을 정한 건데, 중국의 저항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직면했다. 정치학 용어로 ‘시그널 문제’라고 하는 것이 발생한 셈이다. 미국이 아무리 MD가 아니라고 시그널을 보내봐야 중국은 믿지 않는다. MD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설명을 잘하든지, 아시아 회귀 같은 정책을 펴지 말고 중국과 같이 갈 거라고 했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 처음부터 참여했는데 통일준비위 정책과 사드 배치는 서로 안 맞는 것 아닌가?

지난해 7월 초 통일준비위원회 회의를 청와대에서 했는데 대통령이 그때 이런 취지로 말했다. 첫째, 고위급 탈북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북한 체제에 동요가 있는 것 같다고 확신을 갖고 이야기했다. 둘째, 통일이 내년에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통일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모두 북한 붕괴론을 전제로 한 얘기다. 그 이후로 박 대통령 인식에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왜 나왔다고 보는가?  

지난해 5월에 북한에서 정찰국 대좌가 탈북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결국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거라고 본다. 북한이 계속 도발하면 방어해야 하지 않느냐는 식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 군사력이 진화한다고 했는데 북한 군사력이 자체 메커니즘을 가지고 진화하는 게 아니다. 한국과 미국에 대응하다 보니까 진화가 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만들어준 진화이다.

중국의 반대에다, 배치 후보지로 꼽히는 성주군과 김천 시민들 반대까지 겹쳐 있는데 내년에 배치가 가능할까?내가 볼 때 중국 반대는 큰 변수가 아니다. 중국의 반대가 거세지면 국민들이 단합해 오히려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제3후보지가 검토되면서 발생했다. 김천 시민들이 그것을 수용해도 새로 부지를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 예비비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국회가 개입할 여지가 생겨버렸다. 국방위원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즉 대통령 임기 내에 배치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사드 배치를 비공개로 했다면 모를까 공개했을 때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했어야 한다. 군사적 유용성의 문제, 비용의 문제, 북한과 중국의 반응 등을 복합적으로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었다. 새 정부가 들어오면 그런 과정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아도 그냥 밀어붙이지는 못한다.

사드 배치가 연기되거나 불발로 그칠 경우 미국은 어떻게 할까? 사드는 우리가 필요 없다고 하면 그만이다. 미국이 함부로 가져다 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한·미 동맹이 깨지는 것도 아니다.

녹취 도움·김연희 기자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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