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 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제3차 청문회를 사과로 시작했다. “지난 두 번의 청문회와 달리 이곳 김대중도서관은 아주 협소하다. 광화문에서 단식 중인 유가족들도 와계실 터인데 불편한 곳에 모셔서 참으로 송구스럽다. 이번 청문회는 마이크 10개 이외에 제대로 된 방송장비도 얻지 못했다.”

지난 6월30일 후에 특조위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0원이다. 특조위원들과 조사관들은 자비로 3차 청문회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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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정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해 청와대 보도 개입을 폭로한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전 국장은 “홍보수석으로서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해명에 대해 “명백한 압력이었다”라고 반박했다. 길환영 KBS 전 사장이 보도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증거도 공개했다. 2014년 4월17일, 대통령의 진도체육관 방문을 보도한 ‘박 대통령 현장 방문 1분1초가 급해’ 뉴스는 본래 13번째 순서였다. 하지만 길 전 사장의 지시에 따라 7번째로 올라갔다. 특조위는 길 전 사장과 김 전 국장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사장이 가지고 있는 대통령 보도 원칙이 ‘러닝타임 20분 이내에 소화할 것’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출석 여부조차 알리지 않은 세월호 책임자들

길환영 전 사장이 매일 두 번씩 큐시트(뉴스 진행표)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전 국장은 “오후에는 내가 보내고 오전에는 사장의 측근 중 한 사람이 보냈다. 거짓 보고를 막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2014년 12월 KBS를 퇴사하고 〈뉴스타파〉로 이직한 심인보 기자는 참고인으로 청문회에 나왔다.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단 실무책임자를 맡았던 심 기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외부 압력으로부터 KBS를 지키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태스크포스도 만들고 했는데 새로운 사장 아래에서 전혀 관철이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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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1) 3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의 119 신고 녹취가 공개되자 유가족이 괴로워하며 귀를 막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등 대다수 증인은 특조위에 출석 여부조차 알리지 않았다. 이들을 위한 자리에는 마이크와 물병이 놓여 있었다(12~13쪽 사진). 3차 청문회 첫날, 증인 28명 중 청문회장에 나온 이는 8명뿐이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빈 증언석을 바라만 보았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백남기 농민 대책위원회 회원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점거했으나 청문회 하루 전날 8월31일 농성을 풀었다. 앞서 8월29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는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을 방문했다. 추미애 대표는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만났다. 유가족들은 “민주당의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의결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라며 당사 점거 농성을 끝냈다. 3차 청문회가 열린 9월1일,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단식 16일째를 맞았다.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 10여 명은 담요를 두른 채 맨 앞줄에 앉아 청문회를 지켜봤다.

ⓒ시사IN 신선영2)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공식 현장 방문으로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았다. 추 대표는 세월호 대책위를 당 대표 지휘 아래 꾸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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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3) 3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특조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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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4)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과 나눈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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