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초기 ‘낙종’을 했다. 2012년 12월11일 김하영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 현장부터 추적에 나섰지만 특종을 놓쳤다. 김 직원이 공작한 ‘오늘의 유머’ 사이트 운영자를 만났지만 일간지보다 한발 늦었다. 그것이 걸렸다. 사회팀장이었던 나는, 낙종 뒤 후배들과 팀을 따로 꾸렸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은 우리가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끝까지 추적하자고 다짐했다.

독자들은 기자의 취재 능력을 특별하다고 보는데 사실 별것이 없다. 김하영 직원의 본가 집을 찾아내 문 앞에서 ‘뻗치기(무작정 기다리기)’를 하고 김 직원의 민간인 조력자 본가를 찾기 위해 주소 하나 들고 부산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렇게 만난 가족이나 당사자가 취재에 응하지 않아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날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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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이 꾸려졌고, 우여곡절 끝에 기소를 했다.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보통 법조 취재 80%는 검찰 수사 단계에 집중된다. 특종 경쟁이 벌어지는데, 검찰 수사 단계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팩트는 20%도 안 된다. 나머지는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다 공개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 점에 주목했다. 2013년 8월 원세훈·김용판 첫 재판부터 후배들과 1심 재판 전 과정을 취재했다. 이것도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겠는가. 재판부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노트북 반입을 허락했는데, 재판이 열릴 때마다 후배들은 교대로 자판을 두드렸다. 검사·판사·변호사·증인·참고인·피고인이 나눈 말을 모두 받아 쳤다. 재판이 10시간 진행되면 10시간 내내 자판을 쳐야 했다. 나중에 재판 녹취록을 받아보니 한 후배 기자는 졸았는지 ‘ㄱㄱㄱㄴㄴㄴㄴㄴ’만 반 쪽을 쓰기도 했다.

1년3개월 동안 1심 법정 녹취록 축약본을 지면에 날것 그대로 중계했다(이 기록은 아카이브 형태로 국정원 프로젝트 사이트 nis7452.sisainlive.com에 남아 있고 지금도 업데이트 중이다). 말이 쉽지 고역이었다. 후배들은 다른 안건을 취재하면서 법정 취재를 이어가야 했다. 그 기사 때문에 편집부 식구들까지 새벽별 보고 퇴근하기 일쑤였다. 첫 기사는 낙종했지만 그렇게 우린 계속 물고 늘어졌다.

편집국장이 되고 나서 꼭 써야 할 기사 리스트를 따로 적어보았다. 맨 위에 오른 게 바로 낙종한 국정원 사건이었다. 국장이 된 뒤 알고 보니 정희상 기자와 주진우 기자도 국정원을 따로 추적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다시 태스크포스가 자연스럽게 꾸려졌다. 이번 호까지 네 번째 국정원을 커버스토리로 올린다. 지난번에도 썼듯이 나는 첫 기사뿐 아니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쓴 기사도 특종이라고 생각한다. 정희상·주진우 기자가 물고 늘어질 것이다. 독자들도 이 취재의 끝을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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