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2일 김항곤 성주군수가 성산포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 사드 배치를 검토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다. 이 결정으로 성주 주민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제3후보지 요청에 찬성하는 의견 못지않게 여전히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이날 밤, 제3후보지 검토 요청에 반발하는 주민 1000여 명이 군청에 모여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아들 부자 류영희씨(37)도 이날 밤 촛불을 켰다. 류씨는 김 군수의 발표를 ‘일종의 쇼’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주민들 와해시키려고 하는 쇼처럼 보여요. 군수가 하는 행동이 국방부랑 다를 바 없는 것 같아요. 너무 배신감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류씨는 “끝까지 반대 활동을 할 겁니다. 사드가 조금 멀리 간다고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게 진짜 지역 이기주의예요. 애들 보기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3부지 찬성하면 안 되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류씨는 13세, 10세, 3세 아들을 이곳 성주에서 낳아 키우고 있다. 그녀는 평소 나라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이들에게도 국방의 의무를 강조했다. 사드 배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도 ‘나라가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왜 반대할까 하고 생각했어요. 정부가 다 알아서 할 거라고 봤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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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류영희씨는 처음 사드 배치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나라가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류씨의 믿음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를 찾은 지난 7월15일에 깨졌다. 사드에 대해 하나둘 알게 될수록 전자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누군가 불안을 해소해주기를 바랐다. 국무총리 방문을 손꼽아 기다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류씨는 국무총리가 있던 성주군청에 아들을 데리고 갔다. 류씨는 이곳에 아이들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실망만 컸다.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설명도 없고 안전하다고만 했어요. 그냥 믿으라고….”

원예를 전공한 류씨는 스물네 살까지 대전에서 살았다. 결혼을 하며 성주에 정착했다. 성주의 원예 관련 시장이 크다는 말을 듣고 이곳까지 왔다. 류씨는 10년 넘게 참외 농사에 필요한 유기농 영양제를 팔고 있다. 류씨는 “아무래도 농사에 피해가 가지 않겠어요? 이제 자리 잡고 사는데 상황이 어려워질까 또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다.

숙제 도우려 배운 손글씨로 쓴 ‘사드 반대’

류씨는 사드 배치 반대 활동에 적극적이다. 흰색 현수막에 물감으로 직접 글씨를 써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제작한다. 지금까지 현수막 40여 개를 만들었다. 예전에 ‘POP 글씨’를 배운 것이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 숙제나 도와주려고 배웠는데 사드 막는 현수막을 제작하는 데 써먹을 줄은 정말 몰랐죠.”

집회는 특별한 사람만 한다고 여기던 그녀였다. 이전에는 집회 참여를 상상도 못했다. 류씨는 촛불집회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원래 사회문제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집회에 참여하고 현수막 제작 활동도 하면서 점차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의 변화는 고스란히 그녀가 쓰는 현수막 문구에 드러났다. 류씨가 가장 처음에 쓴 문구는 ‘내 아들들아, 엄마 아빠가 꼭 지켜줄게’였다. 처음엔 단순히 내 고향, 내 아이 때문에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면 지금은 다르다. 한국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반대한다. 류영희씨는 얼마 전 현수막 하나를 또 만들었다. ‘한반도 내, 가족 없는 곳 없다. 사드 노(No)다!’

기자명 서주은 〈시사IN〉 교육생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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