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기행
나디아 허 지음, 남혜선 옮김, 어크로스 펴냄

다종다양한 생태계가 인위적으로 구성된 동물원은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이거나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하기 좋은 곳으로만 여겨지기 십상이다. 그게 다일까? 저자는 런던에서 상하이까지 지구 반 바퀴를 돌며 세계 각지 동물원 14곳을 여행했다. 당연하겠지만 곰이나 기린·코끼리 따위를 보려고 한 건 아니었다. 저자가 보기에 동물원은 세계의 비극과 변화를 지켜본 독특한 공간이었다. 도시의 역사를 증언하는 공간이자, 오늘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 그런 동물원이 간직한 이야기를 건져 올렸다.
프랑스 대혁명의 불길 속에서 태어난 파리 동물원, 일본군과 인민해방군을 거쳐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재건을 거듭해온 창춘 동식물공원, 동·서독 통일을 온몸으로 겪어낸 동베를린 동물공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알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입체적인 도시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동물원은 정치와 예술의 무대이고, 과학과 지식의 전당이었으며, 횡령과 학대 같은 사회의 모순이 드러나는 약한 고리였다. 동물과 동물원에 얽힌 다양한 사건들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동물원이라는 장소성을 넘어, 지구라는 ‘거대한 동물원’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도널드 트럼프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연대기 식으로 구성한 목차를 살펴보니 이쯤 되면 트럼프 전면 해부다. 트럼프의 출생과 성장부터 부동산업과 방송 활동,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활약하기까지 ‘인간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펼쳐 보인다. “중국이 미국 피를 빨아먹고 있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따위의 다른 정치인 같았으면 무너져도 수십 번 무너졌을 무지막지한 발언을 해놓고도 사과하기는커녕 큰소리를 치는 이 사람. 대체 트럼프가 승승장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의 인기가 상당 부분 민주주의의 기본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정치의 죽음’에 기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야말로 미국인들의 극에 달한 기성 정치 혐오 위에서 태어난 ‘불사조’라는 것. 또한 트럼프 현상의 탄생에는 미디어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유명인사 저널리즘(celebrity journalism)’으로 먹고사는 미디어가 만든 ‘메가 셀러브리티’가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라는 인물의 등장과 부상은 미국에만 숙제를 남긴 건 아니다. 저자는 트럼프를 비난과 단죄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 인물로, 좀 더 진지하게 ‘트럼프 현상’을 보자고 제안한다. 물론 그의 실제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모두의 노래
파블로 네루다 지음, 고혜선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작품의 방대함(총 15부 252편)도 그렇지만 중남미의 역사와 자연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 탓에 그동안 국내 독자를 만나지 못했던 네루다의 대표작이 완역됐다. 네루다가 쓴 현대의 〈일리아드〉. 번역자가 꼼꼼하게 달아놓은 주석이 네루다로 향하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Mr. 홈즈 Miss 모리어티
헤더 W. 페티 지음, 박효정 옮김, 황금가지 펴냄

셜록 홈즈의 숙적인 모리어티가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유쾌한 설정의 추리 로맨스 소설이다. 현대 런던을 배경으로 십대인 홈즈와 모리어티, 두 천재가 만났다. 두 사람이 공원 살인사건을 놓고 벌이는 추리 대결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다소 아슬아슬해 보이는 로맨스는 덤.

 

 

 


 

편두통, 깨어남, 뮤지코필리아
올리버 색스 지음, 강창래 외 옮김, 알마 펴냄

올리버 색스 1주기 특별판이 나왔다. 각 300부씩 한정 출판됐다. 김중만 사진작가가 제공한 사진과 박연준·유진목·황인찬 시인이 쓴 헌시가 담긴 표지가 돋보인다. 9월19일까지 서울 서교동 땡스북스에서 전시회 〈올리버 색스:나의 생애〉가, 8월3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추모의 밤이 열린다.

 

 

 


 

환상통
이희주 지음, 문학동네 펴냄

“복잡한 세상에서 한 아이돌 그룹의 한철과 그 시절 팬의 일상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기록해야 한다.”(141쪽) 늘 오해받는 존재들, ‘빠순이’ 당사자의 시선과 목소리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사랑에 대해 함부로 정의 내리지 말 것. 이것 역시 사랑의 어떤 모습이니까.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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