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씨(49·가명)는 ‘메피아(서울메트로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불리는 서울메트로 출신 은성PSD 직원이다. 서울메트로 출신이라서 이들은 ‘전적자’로 불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적자 고용승계 배제를 발표한 이후 실직자로 살고 있다. 생계수단은 은성PSD를 나오며 받은 퇴직금 1700여만 원과 고용보험을 신청해 받는 월 120만원이다. 박씨에게는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있다. 최근 딸의 대학등록금 고지서가 날아왔지만 일단 “기다리라”고 말했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아직도 서울메트로에 다니는 줄 안다. 그래서 메피아인지, 실직했는지도 아직 알지 못한다. 전적 당시 아내에게만 알렸다.

지난 5월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는 스크린도어 점검을 담당하는 은성PSD의 업무를 서울메트로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고용승계 명단에서 박씨를 비롯한 전적자들의 이름은 빠졌다. 은성PSD와 전적자들의 고용관계,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적자가 구의역 사고의 주범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다. 서울메트로 분사시행방침에는 ‘분사가 파산 또는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는 공사의 위탁업무를 승계하거나 신설되는 분사가 해당 직원을 전원 승계토록 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지난 7월7일,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된 전적자 36명 중 박씨를 포함한 33명은 서울시를 상대로 ‘고용보장이행청구 소송’을 냈다. 분사시행방침에 명시된 바와 같이, 전적 당시의 약속을 지키라는 이유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기덕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이번 소송에 대해 “전적자들의 의견에 공감하는 바가 있어 사건을 맡게 됐다. 고용승계를 보장한다고 했는데 도급 계약을 안 해서 업체가 없어졌을 때 메트로에서 고용하는 것까지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새날 제공7월7일 은성PSD의 서울메트로 전적자들이 서울시에 고용을 승계하라며 기자회견을 했다.

김 변호사 외에도 뒤늦게 메피아를 위한 명예회복에 나선 이들이 또 있다.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도 전적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보고서를 8월25일 서울시청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진상조사단 대표의 말이다. “전적자를 메피아라고 부르는 건 부당하다. 신규 채용자에 비해 월급이 높게 책정된 부분은 문제로 볼 여지가 있지만 그들은 외주화 정책의 결과물이자 희생자이다. 외주화 정책을 주도한 사람이 아니지 않나.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고용승계를 하는 게 맞다.”

“전적자를 메피아라고 부르는 건 부당하다”

박규홍씨는 서울메트로에서 역무와 열차신호 업무를 담당하다 2011년 전적을 결심했다. 서울메트로는 경영합리화를 내세워 직원들을 은성PSD로 유도하기 위해 ‘당근’을 제시했다. 월급은 최대 40%까지 깎이지만, 정년을 3년 더 연장할 수 있었다. 서울메트로 직원과 동일한 후생복지가 제공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박씨는 “월급은 서울메트로보다 적지만, 63세까지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은성PSD로 옮겼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낸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규홍씨는 “아내에게 3개월만 기다리라고 했다. 3개월 뒤에는 일을 해야 한다. 내 몸이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전적자) 실업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건 논의 중이나 소송 진행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광준 〈시사IN〉교육생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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