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스마트폰 속에 우주인이 나타났다. ‘우주의 얕은 재미’를 내세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피키캐스트다. 피키캐스트는 이미지나 동영상과 함께 짧은 글을 옆으로 넘기면서 볼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였다. 영화·드라마, 취미, 연예·스포츠, 인터넷 화제, 화장 관련 팁·리뷰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연성(軟性) 콘텐츠 위주였다.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콘텐츠 ‘큐레이션’ 전략이 통했다. 애플리케이션 출시 후 1년간 피키캐스트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피키캐스트는 큐레이션에 대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콘텐츠를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고 세상을 즐겁게 하는 가치를 가졌다”라고 규정했다. 앱이 출시된 지 1년 만인 2015년 1월 기준 하루 방문자(DAU) 수 100만명, 월간 방문자(MAU) 수 640만명 규모의 콘텐츠 사업자로 성장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1000만을 돌파했다. 해외 진출도 했다. 10월에 타이완 법인이 설립돼 앱 출시 4개월 만에 1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최근 피키캐스트 ‘위기설’이 대두됐다. 인터넷 신문 <아이뉴스24>는 8월11일 ‘위기일발 피키캐스트 대규모 인력 감축’이라는 기사에서 “피키캐스트가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회사 내에서는 80명에서 100명까지 인원이 축소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라고 보도했다. 피키캐스트 측은 해당 기사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직원들과 공유한 건 맞지만 대규모 인력 감축은 없었다. 조직 정비 과정에서 일부 이탈하는 직원이나 같이 갈 수 없었던 직원이 있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피키캐스트 유튜브 갈무리 피키캐스트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깨알 재미를 주겠다는 것을 패러디 광고를 통해 표현했다.

재정도 좋지 않다. 모회사 옐로모바일의 201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피키캐스트 매출은 54억4986만원, 영업손실은 278억689만원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은 뉴스의 미래로 여겨지던 피키캐스트가 위기설까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에서 감지되는 피키캐스트의 불안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콘텐츠 신뢰도가 떨어졌다. 피키캐스트는 페이스북 페이지 기반이던 초창기부터 저작권 침해가 잦았다. 개인 SNS나 언론사 영상·사진을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무단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피키캐스트는 2016년 3월 대책을 발표했다. 합법적으로 사용 가능한 콘텐츠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제휴사를 확대하고 웹툰·동영상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려 ‘큐레이션’에서 ‘크리에이션(creation)’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4월19일 또다시 저작권 침해가 불거졌다. 피키캐스트 타이완 서비스인 Me.妃(미페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국내 영상 콘텐츠 서비스 ‘쉐어하우스’의 영상이 도용된 것이다. 쉐어하우스는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통해 “피키캐스트가 무단 도용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과는 받아들이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피키캐스트와 어떠한 사업적 논의도 할 생각이 없다”라고 밝혔다.

사진 조작 문제도 불거졌다. 6월21일 ‘곰언니가 직접 사용해본 로드샵 신제품 10가지’라는 콘텐츠에서 여러 색깔 화장품을 직접 사용한 뒤 찍은 사진인 척하며 실제로는 1장의 사진에 포토숍으로 색깔을 입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더불어 해당 콘텐츠에는 특정 브랜드 제품을 협찬받았으나 이 사실을 표기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피키캐스트는 6월23일 앱 메인에 이용자들에 대한 사과문을 올려 “해당 에디터의 명백한 잘못으로 모든 콘텐츠 제작에서 무기한 제외한다”라고 밝혔다.

반복되는 ‘실수’는 이용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피키캐스트를 페이스북·유튜브·앱 등 다양한 경로로 소비해온 대학생 박병일씨(24)는 “처음에는 (다른 저작물을) 따라 하면서 성장할 수도 있지만 2년이 지났는데 ‘피키캐스트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본질적인 걸 못 잡고 있나’ 싶다. 한창 피키캐스트를 즐길 때는 매일 콘텐츠를 봤지만 요즘은 2~3일에 한 번 들어갈까 말까다”라고 말했다. 피키캐스트 측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평균 월 방문자는 580만~600만명이다.

네이티브 광고의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

두 번째 불안 요인은 더 근본적이다. 피키캐스트처럼 스낵컬처(짧은 시간에 소비되는 휘발성 강한 콘텐츠)를 표방하는 뉴미디어의 사업성이다. 피키캐스트가 롤모델로 삼은 미국 최대 온라인 미디어 버즈피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온라인 미디어·마케팅 전문지 <디지데이>는 버즈피드가 2015년 수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보도는 피키캐스트나 버즈피드 등이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네이티브 광고’의 한계를 지적했다. 네이티브 광고란 일반 콘텐츠와 구별되지 않는 간접광고다. 예를 들어 버즈피드는 2014년 ‘친애하는 아기 고양이에게(Dear Kitten)’라는 2분57초의 영상 시리즈를 만들었다. 다 자란 고양이가 새로 집에 온 아기 고양이를 환영하며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형식의 재치 있는 동영상인데, 실은 고양이 사료를 만드는 네슬레 푸리나와 버즈피드가 함께 만든 네이티브 광고다. 이 동영상은 3000만 번 이상 재생됐고 텔레비전 광고로도 제작됐다.

ⓒ피키캐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피키캐스트(위는 홈페이지)는 저작권 침해와 포토숍 조작으로 인해 유저들의 거센 비난을 받자, 사과문을 올렸다.

피키캐스트의 현재 주요 수익도 네이티브 광고에서 나온다. 지난해 6월 옐로모바일 이상혁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피키캐스트가 영화 네이티브 광고로 월평균 매출이 3억원이다. 수익모델을 붙이면 꽤 큰 매출이 나올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옐로모바일은 2016년 2분기 매출 역시 브랜드 광고 상품이 확대되면서 전분기 대비 27%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익모델로서 네이티브 광고의 지속 가능성이 의심받기 시작했다. 한 국내 네이티브 제공 온라인 미디어 관계자는 “광고주들이 아직도 지면에 비해 웹 광고를 부수적으로 생각한다. 모바일은 더하다. 네이티브 광고 시장이 성장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포털 업계 관계자는 “웹 광고의 경우도 광고주들이 여전히 PC 광고를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네이티브 광고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네이티브 광고가 만드는 데 필요한 노력과 업무량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디지데이>는 “미디어는 브랜드를 잘 홍보하는 것과 인터넷에서 잘나갈 것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버즈피드나 피키캐스트 같은 네이티브 광고 제공 미디어로서는 광고주와 독자들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한편 피키캐스트를 의식해 만들었던 네이버 ‘20’s Pick’ 서비스는 지난 5월 사업을 종료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피키캐스트의 핫함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온라인 미디어 업계 트렌드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 같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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